#채권시장 전문가 10명 중 6명 빅스텝 예상
#”6%대 소비자물가·기대인플레 먼저 잡아야”
#금통위원 5명 전원 추가 인상 필요
#한은 “당분간 물가에 중점둘 것”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이 유력시 되고 있다.
13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75%에서 2.25%로 0.50%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6%대로 치솟은 가파른 물가와 4%에 육박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할 경우 현재의 고(高)물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빅스텝이 이뤄질 경우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 올해 4월, 5월에 이어 7월까지 사상 처음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빅스텝’ 의견이 높다. 금투협이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100명 중 64명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도 34명이었다.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한 경우도 2명 있었다.
소비자물가가 6%대로 치솟으면서 과감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 올랐다. 쌀, 라면 등 자주 사는 품목으로 구성되는 생활물가지수(장바구니 물가)도 같은 기간 7.4% 올랐다. 두 지수 모두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또 일반인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 역시 과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대비 0.6%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월대비 상승폭(0.6%포인트)도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 인상,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물가 상승을 고착화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지난달 21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은도 7,8월에 물가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빅스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대비 6.2포인트 떨어진 96.4로 100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7월(-7.2포인트)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세 지속, 주요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의 영향이다.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는 급격하게 늘면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를 넘어섰다. 벌어 들이는 소득에 비해 갚아야 할 빚이 두 배 이상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4% 늘었다. 또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19.4%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 가운데 가계가 104.5%로 전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4.9%로 전분기(113.7%)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부채 규모가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한은이 오늘 빅스텝을 하더라도 한미 금리 역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1.25~1.75%, 한국은 1.75%로 상단이 같은 수준이다. 한은이 이날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하고 미국이 남은 네 차례의 회의(7월, 9월, 11월, 12월) 중 이번달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12일 1312.1원에 마감하는 등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전원이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다만, 1명의 위원은 인상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속도조절 필요성을 언급했다. 금통위는 지난 5월 회의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도 대부분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다만, 금통위원 전원이 인상에 동의하되,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 소수의견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빅스텝 인상의 근거는 세 가지로 소비자물가와 원화 약세, 기대인플레이션을 꼽을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다면 긴축은 빨라질 수 밖에 없는데 중앙은행의 긴축 기회비용이 가장 적을 때 긴축을 많이 시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수의견이 나오겠지만 동결이 아닌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이 출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금통위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빅스텝 뿐 아니라 8월 이후 추가 인상에 대한 시그널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가 1300원을 넘어서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후보 시절부터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 유출보다 원화 약세가 우려된다고 언급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한은은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높은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 등으로 8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이 대한 기대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경기침체 우려에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성장 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다”며 “한국고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성장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어 7월에 이어 8월에도 0.25%포인트 인상한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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