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4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가운데 상승 원인으로 꼽힌 휘발유 가격은 최근 한 달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휘발유 가격은 28일 연속 하락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마비되면서 2020년 초 에너지 수요 붕괴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전미자동차클럽(AAA)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1갤런=약 3.8L) 당 4.63 달러로 12일보다 2센트 이상 하락했다. 갤런 당 5달러를 웃돌던 지난주에 비해 15 센트, 4주전과 비교하면 38센트 하락했다. 텍사스, 오하이오, 일리노리,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지난주보다 16센트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물가 상승이 악재로 다가오면서 정유사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 흐름 속에서도 휘발유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직접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30일 동안 휘발유 평균 가격이 갤런 당 40센트 떨어졌다”면서도 정유사들이 얻은 이익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에서 휘발유 가격은 거리가 먼 직장을 출·퇴근하면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차를 소유한 저소득 가정에게 특히 중요한 문제로 다가온다.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을 매일 마주치기 때문에 체감도도 높다.
에너지 유통업체 가스버디의 석유 분석 책임자인 패트릭 드한은 “완전히 숲을 벗어난 상황은 아니다”라며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가는 여전히 변동성이 큰 편이다. 12일에는 7% 이상 급락했고 13일에는 소폭 상승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배럴 당 140달러 가까이 오름세를 보이다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130달러 이상 상승한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두 수치 모두 올해 초에는 80달러 아래였다.
컨설팅 회사 ESAI 에너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하루 평균 석유 수요가 1억 배럴 수준인데 현재 400만 배럴 정도 남는 상황이다. 사라 에머슨 ESAI 회장은 “수요가 현저히 감소했다”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해 가이아나, 브라질 등에서 석유 생산량도 늘고 있다. 정유사들은 시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경계하고 있는데 유가 급락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격 하락세는 일시적인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정보서비스(OPIS)의 톰 클로자 에너지 분석 책임자는 “공급이 늘고 수요가 줄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그러나 5 달러에 이르는 휘발유 가격은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휘발유 가격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부연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휘발유 수요가 하루 135만 배럴, 즉 10%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휘발유 재고는 지난주의 250만 배럴 감소 이후 5.8% 증가했다.
씨티그룹은 “수요가 계속 약세를 보이면서 휘발유 재고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시기이지만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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