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 전면 중단시 유로존 침체 불가피
미,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 발생 우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러시아가 유로지역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내년 유로지역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7일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미국과 유로지역 경기침체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유로지역 경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전망기관은 올해중 유로지역이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대(對)유로 천연가스 공급 감축규모가 커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유로지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7월 현재 올해 2.7%, 내년 1.5%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수급차질 가능성 등으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로지역의 대(對) 러 천연가스 수입물량은 올해 1~4월중 전년동기대비 31.9% 감소하고, 이에 따라 재고량도 1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6월중 기술결함을 이유로 독일·이탈리아 등에 대한 공급량을 줄인 데 이어, 이달 11~21일 중 가스관 유지보수 공사를 이유로 ‘노드스트림1’을 통한 유로지역 가스공급을 중단하면서 대러 수입물량은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의 가스공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제조업 생산차질과 물가상승 압력 증대로 유로지역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전망이며, 최근 이러한 꼬리위험(Tail risk)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3분기부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이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1.3%, -1.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씨티,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투자은행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전면 중단시 유로지역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올해 2.8%, 내년 0.2%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올해 2.3%, 내년 -0.7%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로 1년내에 유로지역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투자은행의 긍정 응답비중도 올 1월 17.5%에서 7월 45%로 확대됐다.
미국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 금리 상승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최근 경기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당분간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와 이에 따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감소하고 주요 기관의 2분기 나우캐스팅 수치도 마이너스로 예상됨에 따라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는 기술적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1년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투자은행의 긍정 응답비중도 6월 50%에 달하는 등 점차 확대되고 있다.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은 “1980년대 이후 금리인상 사이클은 통상 경기 선행지표가 확장 또는 정점인 국면에서 시작된 데 반해,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은 선행지표 하락 국면에서 시작돼 통화긴축의 성장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9.1% 상승하는 등 예상보다 큰 폭 상승하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번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미국의 경기침체 발생 가능성과 유로지역의 꼬리위험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점차 확대되는 등 글로벌 경기에 대한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며 “천연가스 발(發) 경기침체는 유로존을 포함한 거대 내수시장인 유럽연합(EU)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쳐 우리 수출에의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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