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타로핀] 이번 하락장 사라진 건 거래소와 지갑 속의 잔고뿐만이 아니었다. 카톡 선물함에 기프티콘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던 스벅 아아도 급속하게 사라졌다. 물론, 루나 빔과 AC3 빔이 쓸고 지나가 넝마가 된 상황 아니겠는가.
인싸들 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대익절 순간마다 기프티콘으로 잔을 돌리던 전통 행사가 사라진 건 이해한다. 행방을 알 길 없이 종적을 감춘 건 코인 플젝들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다면서 뿌려대던 기프티콘이다. 코인 플젝은 체크를 못 할 만치 쏟아지고 있건만 그 많던 스벅 아아는 누가 다 먹은 걸까.
# 신토불이 커뮤니티 –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탈중앙을 표방하고 시작하는 코인 플젝에게 탈중앙 커뮤니티는 중요한 요소였다. 플젝의 유명도는 커뮤니티 참여자 수로 보여졌다. 플젝의 가치상승은 커뮤니티 대화량으로 이어졌다. 거래소에서 상장심사를 진행 할 때 커뮤니티 활성화를 보기 시작하자 플젝은 상장을 위해 필사적으로 커뮤니티에 신경을 쏟았다.
우리 몸엔 우리 건데 남의 것을 왜 찾느냐. 신토불이 정신에 걸맞게 국내 코인러는 카톡을 아지트 삼아 커뮤니티에 집결했다. 모바일 기반이라 접근성이 낮았고 오픈 채팅방엔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어 플젝 관계자가 일반 투자자 코스프레로 잠입해서 선동하기에 용이했다.
해외 유명 코인은 ICO 진행 이전부터 오카방이 북적거렸다. 문제는 ICO에 눈먼 큰돈이 몰리자 슈킹을 위한 스캠 플젝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발생했다.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서 커뮤니티에 파리만 날렸다. 당연히 이딴 커뮤니티를 들고 거래소 상장심사를 가면 상장 서류로 싸다구를 날릴 게 자명했다.
스캠 플젝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망한 걸 인정하고 플젝을 쫑내던가, 또는 돈질로 오카방에 인원을 채우던가. 당연히 모두 다 후자를 택했다. 초기엔 일회용 번호로 만든 유령 봇으로 오카방 인원을 채웠다. 유령 봇이 활발해질수록 카톡에서도 열심히 유령 봇을 잡았다. 봇이 검거되어 단체로 오카방을 나갈수록 유령봇의 두당 가격은 올라갔다. 현재는 두당 2800원까지 올라가자 플젝들은 3600원을 주고 스벅 아아를 뿌리며 실제 코린이를 불러 모았다. 훗날 스캠에 잔고 털려서 화병 날 때 응급처치 용도로 쓰기엔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메뉴 선정 이었음이다.
# 글로벌 커뮤니티 – 텔레그램
플젝에게 오카방은 친화적인 시스템이 아니었다. 기껏 돈 뿌려서 머릿수 채워 놓은 이들은 스벅 아아만 먹고 튀었다. 커뮤니티 참여자의 목적은 플젝에서 찍어낸 코인이 아닌 커피 한잔이었기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커뮤니티는 다시 초라하게 쪼그라들었다. 플젝은 지속적으로 스벅 아아를 뿌려가며 오카방 커뮤니티를 지켜냈다.
국내의 수많은 거래소가 거코를 찍고 횡령하고 슈킹 후에 사라졌다. 이번 생에는 업빗썸에 상장할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 플젝들은 해외 잡거래소로 눈길을 돌렸다. 이를 통해 지출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오카방을 버릴 명분도 생겼다.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통합이었다. 해외 거래소의 상장을 위해 글로벌 커뮤니티를 운영해야 했고 운영의 연결성을 위해 국내 커뮤니티도 텔레그램으로 이전 했다.
박사방으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진 텔레그램이지만 플젝 업자들에게 텔레그램은 선녀 같았다. 유령 봇 만개 채우는데 200불 정도면 충분했다. 오카방에선 광고충들도 소중한 커뮤니티 머릿수라며 강퇴를 못 하던 것과 달리 텔레그램에선 광고차단봇으로 과감하게 쳐냈다. 플젝관계자가 다계정으로 일반투자자 코스프레로 선동하다가 걸려도 오카방때는 박제되어 타 커뮤니티에서 놀림감이 되었지만, 텔레그램에선 흔적도 없이 다중이 실수를 삭제했다. 플젝 피해자들이 하소연하고 경고를 날려도 흔적도 없이 메시지 삭제가 가능했다.
플젝입장에선 값싸고 편리할 것만 같은 텔레그램이었지만 큰 단점은 대화량이 없는 절간 이라는 거다. 한국 커뮤니티 이건만 참여자는 한자 프로필과 러시아어 프로필만 즐비하다. 커뮤니티에서 오가는 대화라고 해봐야 플젝과 하등 상관없는 매크로 잡담뿐이었다.
# 폐쇄적 커뮤니티 – 디스코드
플젝이 대안으로 찾아낸 건 NFT 메타에 들어 부흥한 디스코드다. 초기 대단히 부흥한 크립토펑크나 BAYC 같은 NFT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코인과 달리 NFT는 발행량이 한정된 소량이기에 홀더들 간의 유대감이 강했다. 플젝이 성공하고 내 잔고가 두둑 해지기 위해선 바닥가 유지가 핵심이다. 아파트 입주민 회의에서 얼마 이하로는 부동산에 올리지 말라고 단합하듯 NFT의 커뮤니티도 폐쇄적으로 진행됐다.
스캠 플젝들은 가격 상승을 미끼로 내걸고 커뮤니티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성공한 플젝을 예시로 들며 화이트 리스트를 받고 코인이나 NFT를 살 수만 있으면 수십 배는 즉시 벌 수 있을 듯한 착각을 심어준다. 대신 화리를 받기 위해선 채팅 노가다인 챗굴과 트윗 리트윗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통한 자발적 선동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내건다.
화리 미끼는 대단히 훌륭했다. 입장 시간이 늦을수록 화리의 경쟁률이 올라간다며 초기에 지인들을 데리고 커뮤니티에 입장했다. 유료 채터에 빙의된 이들은 디스코드 레벨을 올리기 위해 의미 없는 단순 채팅인 챗굴에 전념한다. 채팅의 주제도 플젝에서 정해준다. 텔레그램의 단점인 대화량과 대화 내용이 공짜로 해결됐다.
화리의 효과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인러는 자기가 스스로 플젝을 찾아왔다는 자부심과 챗굴이라는 노력을 통해 받은 화리를 소중히 여겼다. 플젝에서 코인이나 NFT를 사달라고 다리 가랑이 붙들고 사정하던 이전과 달랐다. 화리를 받은 이들은 성은이나 은총이라도 받은 양 플젝에게 감사를 표하며 주머니에 돈을 털어서 건넸다.
강도를 당한 피해자라면 하소연이라도 할 테지만, 자발적으로 스캠 플젝을 홍보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 시키고 주머니에 돈을 바친 이들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 되려 자발적 피해자들끼리 모여서 어깨 걸고 으샤으샤 외쳤음이다.
폐쇄적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끼리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적으로 플젝에게 의지하는 것뿐이다. 플젝은 의지의 답례로 세뇌와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다. 이 플젝은 유망하다고, 앞으로 가격 폭등할 일만 남았다고, 외부에서 비난하는 건 시샘이라며 반복해서 말했고 홀더들은 확증편향에 빠졌다.
자전거래 의혹으로 가격만 올리고 국내 대표 NFT라 자뻑에 빠진 플젝도 그렇다. 안으로는 자기들 플젝이 메인넷의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다녔다. 현실은 4000만 유저의 게임과 합작을 해서 경매를 진행해도 단 2건의 입찰만 들어올 정도의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커뮤니티 홀더에겐 커피 한잔 돌리지 않았지만 플젝 팀원들끼리는 외제 차를 뿌렸고, 플젝 팀원의 와이프는 전송받은 NFT를 고점매도 했다. 평소 비난과 조롱을 마다치 않던 원코인 홀더와 파이 코인 홀더 신세와 자기들 신세가 같다는 걸 느낀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인제야 비대위를 만든다고 한다.
슬픈 사실은 폐쇄적으로 담은 쌓고 지내온 커뮤니티의 결말을 우린 잘 알고 있다. 도움과 협조가 아닌 비난과 조롱이라는 것을. 잔고 털리고 화병 나도 마실 스벅 아아 한잔조차 플젝한테 받지 못한 그들에게 부디 건승을 빈다.
(편집자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블록미디어의 입장이나, 보도 내용을 반영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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