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매도에도 비트코인 2만달러 유지 ‘긍정적’
“중요한 건 결국 앞으로 나올 규제와 강도”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각 소식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는 ‘배신자’ ‘사기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머스크의 변심에 간신히 회복 조짐을 보이던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약세장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도 불거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블룸버그] 2022.03.22 mj72284@newspim.com |
하지만 21일자 CNBC는 업계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2분기 테슬라의 대량 매도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주요 지지선을 지킨 건 고무적이며, 사실상 시장은 머스크의 결정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일 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가 보유하던 비트코인의 75%를 매각했다는 발표에 지난 1주일 10% 넘게 오르며 고공행진하던 비트코인 가격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날 실적 발표에 따르면, 테슬라는 2분기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을 치기 전에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의 75%가량을 매도해 대차대조표 상으로 9억3600만달러(1조2320억원)의 현금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역추산해보면 테슬라가 1BTC당 약 3만달러에 3만1500개의 비트코인을 매각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기 전 4% 넘게 상승폭을 확대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 매각 소식에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며 1% 넘게 떨어졌다.
◆ “테슬라, 장기 가능성보다 결제 수단 가능성에 주목한 듯”
테슬라의 매각 소식이 (이미 매각이 완료된 후임에도) 시장에 이처럼 여파를 몰고 온건, 머스크 CEO가 스스로를 열렬한 암호화폐 옹호자로 부각하며 보유한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를 팔지 않겠다고 수 차례 공언한 탓이다.
작년 5월 테슬라는 비트코인으로 자회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중단하면서도 “회사 보유 비트코인은 팔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매각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한 그의 시각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 건 아닌지 우려했다.
암호화폐 모형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대해 CNBC는 2021년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결정 후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핀테크 기업 블록(옛 스퀘어, SQ) 등도 비트코인 매입 결정을 발표했지만, 이들과 테슬라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마이클 세일러 CEO, 블록의 CEO 잭 도시 등이 비트코인의 장기 가능성을 믿는 열렬한 신봉자인 반면, 머스크 CEO는 비트코인의 결제 수단으로의 가능성, 즉 손쉽게 사고 팔고, 이체할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2021년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달러 어치 투자할 때,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테슬라의 뒤를 이어 자산 다변화의 일환으로 암호화폐를 재무제표에 추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월가 유명 펀드매니저인 캐시 우드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의 1%만 암호화폐 매입에 사용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4만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일종의 선도주자인 테슬라의 매각 결정이 다각 자산화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매입 가능성을 저울질하던 다른 기업들의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불거졌다.
◆ “테슬라 매도에도 심리적 지지선 2만달러 지지”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결정은 시장에 ‘호재도 악재도 아니며’ 시장에 미칠 영향도 극히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비트코인 IRA의 공동 설립자 크리스 클라인은 자본 집약적 산업에서는 현금 흐름과 관련한 규정이 까다롭지만, 그 외의 산업의 경우 반드시 그렇진 않다면서 “기업들은 유동성을 선호하며,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더 그렇다”면서 “테슬라의 이번 사례가 기업들에게는 (비트코인의 빠른 환금성을 확인시켜 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 반응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테슬라의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빠르게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이번 주 상승분을 대부분 유지하며 주요 지지선을 지키고 있다.
투자 분석업체 발키리 인베스트먼트의 레아 왈드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에 테슬라의 매각으로) 그렇게 많은 비트코인이 팔렸는데 시장이 유동성 관점에서 이를 모두 소화했을 뿐 아니라 최근 랠리를 보였고 심리적 지지선 2만달러도 지켜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2일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0.02% 내린 2만3245달러로 테슬라의 발표 이후 낙폭을 축소하고 있다.
테슬라의 이번 결정이 실질적으로 업계 전반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 금융회사 어드바이저 쉐어즈의 노아 허먼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앞으로 나올 규제와 강도”라면서 “향후 나올 규제가 지나치게 강력해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 기술이 가져올 장점을 훼손한다면 비트코인 가치도 훼손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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