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8일 금통위서 의결 예정”
2015년에도 주금공에 2000억 출자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에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은까지 나서는 것은 발권력(돈을 새로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주택금융공사 출자는 금융통화위원회의(금통위) 의결을 거치야 하는 사안인데도 이 같은 절차 없이 먼저 발표한 점도 절차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8일 열리는 금통위 정기회의에서 주택금융공사에 1200억원 추가 출자를 의결할 계획이다.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따른 취약 계층 이자 부담이 늘자 이를 선제적으로 경감해 연체율을 줄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한은의 임무에 ‘금융안정’이 추가되면서 금융안정을 목적으로 한 출자가 가능해 졌다. 문제는 국회 승인을 받아 집행하는 정부 재정 투입과 달리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금통위 의결만으로도 돈을 찍어낼 수 있다.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에 출자하는 것은 2004년 주금공 출범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한은은 주금공 출범 당시 3100억원을 출자한 후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커지자 2012년에도 1350억원을 추가 출자한 바 있다. 또 2015년에도 안심전환대출 자금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 20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주금공은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 자본금의 50배까지 MBS 발행이 가능하다. 1200억원이 출자되면 6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게 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긴급 상황에서 한은이 금융안정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재 상황이 발권력을 동원할 정도 인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같은 가칭 ‘금융안정 협의회’를 만들어 대통령이 경제가 체제적 위기에 빠졌다고 선포하면 발권력을 이용하는 식으로 해야지, 지금과 같이 애매한 상황에서 누구의 책임도 없이 슬그머니 하는 것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와 관련 이번 주금공 출자가 한은의 임무에 명시된 금융안정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이자부담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특정 부문의 부실화가 전체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안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두 가지 측면을 다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5월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잔액기준) 비중은 전월대비 0.4%포인트 늘어난 77.7%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기획재정부는 한은과 정부가 내년까지 4000억원을 추가 출자할 경우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이 73% 아래로 5%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통위 의결도 없이 전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먼저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 교수는 “주금공 출자는 금통위 의결 사안인데 이를 거치지 않고 슬그머니 발표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이와 관련 “중요한 사안의 경우 본회의 때 바로 논의하지 않고 사전에 논의를 하는데 미리 금통위원들 간 논의가 된 사안인 만큼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오는 28일 정기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1200억원을 출자하게 되면 전체 주금공 납입자본금 중 한은은 7650억원을 출자해 전체의 32.7%를 차지하게 된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을 포함해 1조5750억원으로 67.3%를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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