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즈 뉴포트 매립지 항공사진. Darren Britton / Wales News]
[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지난 2013년 영국인 제임스 하웰스(James Howells)는 일주일 동안 8,000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같은 해 하반기 하웰스가 채굴한 비트코인이 담긴 하드 드라이브는 쓰레기와 함께 버려졌고 쓰레기 운반차에 실려 영국 웨일즈 뉴포트의 매립지로 옮겨졌다.
2013년 당시 비트코인 8,000개의 가치는 130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 고점 당시 그 가치는 무려 5억 달러를 넘었다. 그래서 하웰스는 하드 드라이브를 찾기 위한 긴 여행을 시작했다. 미디엄의 유명 칼럼니스트 루시엔 르깜(Lucien Lecarme)이 24일 작성한 내용을 편집, 정리했다.
# 비트코인 8,000개, 여자친구가 쓰레기로 버렸다
비트코인이 막 탄생한 2013년, 영국 웨일즈 뉴포트의 제임스 하웰스라는 남자는 일주일 동안 약 8,000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당시 비트코인의 가치가 매우 낮았기 때문에(약 130달러) 하웰스는 이 비트코인에 대한 생각을 일단 접어뒀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2013년 8월 어느 밤. 하웰스의 여자 친구는 이 비트코인의 디지털 지갑 키가 저장된 하드 드라이브를 실수로 검은색 쓰레기 봉투에 넣었고 그렇게 버려진 하드 드라이브는 쓰레기 운반차량에 실려 인근 대형 쓰레기 매립지로 운송됐다.
2021년 최고의 강세장이 찾아왔을 때 8,000개의 비트코인은 5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됐고 현재의 약세장에서도 2억 달러에 달한다. 그렇다. 지난 8년 동안 영국 웨일즈의 뉴포트에 있는 거대한 매립지 어딘가에는 2억 달러의 비트코인이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 포기할 줄 모르는 하웰스, 지자체와 줄다리기
제임스 하웰스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분실한 개인이 됐지만 하드 드라이브를 찾는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이것을 되찾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그의 계획은 결국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였고 최신 기술도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하웰스는 지난 수 년간 매립지 수색 계획을 세우고 해당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그러나 지역 의회는 하웰스의 행위를 지지하지 않았고 최근까지도 그에게 매립지를 개방하지 않았다.
지자체가 그의 작전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하웰스의 수색 계획이 비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현재의 기술로는 드넓은 매립지에서 하드 드라이브를 찾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고, 일단 계획이 실행되면 일종의 ‘보물 찾기’처럼 지역이 떠들썩해질 거라는 의견도 나왔다. 즉 뉴포트 매립지가 보물 사냥꾼의 성지가 되면 목숨을 거는 이들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드 드라이브 찾기는 쉽지 않지만 하웰스는 포기하지 않고 있고 기술의 발전은 그를 고무시키고 있다.
#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수색견’ 동원
수색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느라 수 년을 보낸 하웰스는 지자체가 허용하는 수색 범위를 기반으로 한 가지 방안을 내놨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3년이 걸리는 이 계획은 총 1,100만 달러를 투자해 약 10만 톤의 쓰레기를 뒤지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투입되는데, 이들은 각각 인공지능 분류, 매립지 발굴, 폐기물 관리, 데이터 추출과 로봇 감시 등을 하게 된다. 특히 전문가 중에는 과거 비행기 블랙박스를 복구하는 데이터 컨설턴트로 몸담았던 사람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계획은 이렇다.
‘비트코인 하드 드라이브 수색팀’은 기계를 사용해 매립지에서 폐기물을 퍼내고 분류한 다음, 인공지능 분류원이 ‘맥스 AI(Max-AI)'(컨베이어 벨트에 설치된 스캐너와 같은 기계)와 분류 작업을 진행한다. 로봇 팔은 알고리즘에 따라 잠재적인 수색 대상을 골라내고 이를 재분류한다.
전체 계획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큰 돈을 들여 구입한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의 로봇 수색견 ‘달마시안’ 두 대다. 두 대의 로봇 수색견은 야간에는 이동 순찰을 하면서 해당 지역의 모든 움직임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잃어버린 디스크를 검색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하웰스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이득이다. 일단 잃어버린 비트코인을 성공적으로 찾아내면 팀 전체와 전문가들은 상당한 보상을 받게 된다. 물론 실패할 경우 하웰스는 초기에 투자한 많은 돈을 날리게 된다.
그렇다면 앞서 제시한 기술들이 잃어버린 8,000 비트코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제임스 하웰스는 “기술의 힘은 강력하다”면서 “새로운 기술이 수 십 년 동안 풀지 못한 형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듯이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 실제 보안 목적의 감시 로봇 개는 최신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아이폰 크기의 디스크를 찾을 수 있다.
# 결국은 ‘돈’
하드 드라이브를 되찾을 거라는 그의 집념은 불변하고 전체 계획에 대한 그의 확신도 충만하다.
지난 몇 년 간의 계획을 끝내고 제임스 하웰스는 자신의 인생을 바꿀 ‘분실물’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섰다. 그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명 자동차쇼 ‘탑기어’의 진행자 리처드 해먼드도 제임스 하웰스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소개하는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하드 드라이브를 찾는데 기꺼이 1,100만 달러라는 돈을 투자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하드 드라이브가 발견되면 8,000 BTC의 30%를 대가로 가져가는 조건이다.
영국 웨일즈의 뉴포트 시는 그를 지원하지 않지만 적어도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그가 잃어버린 하드 드라이브를 찾길 성원하고 있다. 가장 나쁜 상황은 그의 보물이 이미 뉴포트 폐기물 관리자에게 발견돼 그의 주머니로 들어간 경우다.
어쨌든 이 안타까운 불운의 사나이가 자신의 미래를 바꿀 비트코인을 찾아내 좋은 소식으로 다시 한번 기사에 등장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