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단행
#한·미 기준금리 0.25%포인트 역전
#환율 급등·고물가 고착화 우려도
#기재부·한은 “자본유출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 됐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본유출, 물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26~2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1.50~1.75%에서 연 2.25~2.50%로 오르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연 2.25%) 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한은에 따르면 콜금리 목표제를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1996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세 차례 있었다. 이 기간 주식과 채권을 합한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은 모두 순유입됐다. 다만, 주식만 놓고 보면 두 번째 역전 시기인 2005년엔 263억 달러, 세 번째 역전 시기인 2018년 83억 달러 가량 빠져나갔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경제에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니 이를 운용할 유인이 사라지고, 자금을 대거 빼 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오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높일 수 있다. 또 통화당국은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금리 역전이 있다고 해서 자금 유출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생각”이라며 “지금 우리의 대외신인도나 경제 기초 여건을 보면 현재는 자금 유출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 역전이 된 경우가 세 차례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는지 보다 이로 인한 신흥국으로의 파급 효과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경 한은 금통위원도 “외국인 채권 투자자의 70% 이상이 장기 투자자인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투자 다변화 측면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내외금리차에 영향을 덜 받아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과거 한미 금리 역전때에도 채권 투자의 경우 순유출이 거의 없었고 역전됐던 때는 중국 금융불안 등 국내외 금융불안이 함께 확대됐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외국인 자본유출 보다는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급등, 무역적자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더 우려하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의 경우 해외중앙은행, 연기금 등 공공부문은 미국 국채 외에 자산운영 다변화 차원에서 우량한 신용등급의 원화 채권 투자를 선호하고, 민간부문도 재정거래 목적의 원화채권 투자를 하고 있어 낮은 신용위험으로 미 국채보다 높은 투자 수익 확보가 가능해 유출 가능성이 더 낮은 편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시장모니터링본부장은 “외국인들의 완화채권 투자 패턴이나 과거 정책금리 역전 사례 등을 감안할때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양호한 투자처를 외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자본유출 보다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 대응으로 경기침체가 가시화 될 가능성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채권의 경우 호주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신용등급 대비 금리가 높아 우리나라의 투자 메리트가 높고, 외국인 투자자 대부분이 중장기 투자자로 재정거래 목적이라 자본유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며 “증권 자금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7~80%가 반도체이고 나머지가 자동차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역전 보다는 반도체 산업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유출 보다는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가 더 크다”며 “무역적자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어 7,8월 중에 원·달러 환율이 1350원까지 오를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의 경우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900원까지 내려가는 등 원화가 강세를 보여 자본유출을 막아주는 지지대 역할을 했지만, 최근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국제수지도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125억3000만 달러 순매도 했다. 반면 채권 자금은 순매수를 유지하면서 전체 증권 투자자금은 올 상반기 5억8000만 달러 순유출에 그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은 “과거에는 한미 금리 역전 됐어도 바로 자본유출이 되지 않다가 상당 기간 후 자본유출이 시작됐는데 이번에는 한미 금리 역전 전부터 외국인 자금이 빠져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며 “과거 패턴을 보면 환율이 매우 중요한데 올 들어 원화 가치가 큰 폭 하락하면서 자본유출을 더 심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인해 내년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 과거에 비해 자본유출이 빠르게 끝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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