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먹통·해외 인지도 저조…주요 프로젝트 이탈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개발한 클레이튼 블록체인이 위기에 봉착했다. 잦은 네트워크 이상으로 메인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떠나며 생태계가 반토막이 나면서 클레이튼 코인 역시 전 고점 대비 90% 넘게 하락했다.
29일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클레이튼(KLAY)의 가격은 전날 기준 0.26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확산 시 약 340원정도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에는 빗썸과 코인원, 코빗, 고팍스에 상장돼 있으며, 코인원 기준 지난해 4월2일 504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은 서서히 내려가며 현재 전 고점 대비 93% 넘게 하락했다.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에도 1900원대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연말과 올 초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의 유행으로 클레이튼은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 했지만 급증한 거래량에 따른 네트워크 오류가 지속해서 발생하자 주요 프로젝트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값싼 수수료에 ‘봇’ 거래 성행…가스비 인상으로 이어져
클레이튼은 거래 처리량이 많아지자 네트워크가 먹통이 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겪으며 메인넷으로서 신뢰를 잃어갔다. 연이은 네트워크 장애로 인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가스비를 인상을 택했지만 클레이튼이 처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카카오의 계열사가 만든 블록체인 네트워크라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국내에서의 높은 인지도와 달리 해외 유저들의 이용이 저조하고, 중앙화된 클레이튼 거버넌스로 인한 네트워크의 한계, 잦은 네트워크 장애에 지친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떠나면서 클레이튼의 생태계가 반토막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끈 NFT 시장에서 클레이튼은 저렴한 가스비(거래 수수료)로 많은 국내 프로젝트를 끌어왔다. 클레이튼의 가스비는 트랙잭션 1건당 10원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하나의 트랙잭션을 처리하기 위해 수 만원에서 수 십만원의 수수료가 필요한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비교하면 클레이튼의 가스비는 없다고 봐도 될 정도다.
하지만 저렴한 가스비로 대량의 일명 ‘봇'(스팸 트랙잭션)이 횡행했고 이로 인한 네트워크 장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클레이튼 재단은 봇 트랜잭션을 줄이기 위해 기술적 조치를 취했지만 큰 효과가 없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후 가스비 인상을 결정했고, 지난 4월3일 25스톤(ston)에서 750스톤으로 가스비가 일시에 30배를 올렸다. 가스비 인상으로 봇트랜잭션은 급격히 감소했다.
◆거래량 잡았지만 민심 못 잡아 …’빈집’ 돼가는 클레이튼
이에 앞서 클레이튼 재단은 지난 2월 말 클레이튼 2.0을 발표하며, 기존의 거버넌스 카운슬 구조에서 스테이킹 기반의 거버넌스 구조로 변화할 것을 발표했지만 ‘탈 클레이튼’ 현상은 막을 수 없었다. 국내 P2E의 대표격인 위메이드는 자체 메인넷을 만들어 떠났고, 핵심 NFT 프로젝트였던 메타콩즈와 실타래는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마이그레이션(메인넷 변경)을 실시했다.
메타콩즈는 지난 2~6월 사이 클레이튼 전체 거래량 중 26%를 차지하는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오픈씨 내 클레이튼 NFT의 일일 트랜잭션 수 및 거래량은 연초 대비 지속적인 우하향 추세를 그리게 된다. 실제로 연초 클레이튼 NFT 생태계를 이끌었던 메타토이드래곤즈, 지릴라(G.RILLA), 선미야 등은 지난 2월 대비 전월 기준 거래량이 각각 97%, 95%, 89% 줄었다.
클레이튼의 또 다른 문제점은 중앙화된 토크노믹스다. 쟁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전체 클레이(KLAY) 유통량 92억개 중 85%에 달하는 78억개 물량이 실질적으로 재단 소유로 파악된다. 이는 비슷한 시기 혹은 좀 더 빠른 시기에 출범한 타 레이어1 프로젝트들 대비 상당히 높은 수치다. 따라서 언제든지 대규모 매도 일어날 수 있는 오버행 이슈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클레이튼은 국내에 한정된 사용자층, 기업 기반의 중앙화된 거버넌스, 네트워크 안정성 문제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팀들이 해외로 시장을 넓히기엔 어려움을 겪었다. 제로(0)에 가까운 수수료라는 강점은 사라졌지만 카카오가 만들었다는 이미지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다만 클레이튼 생태계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점들을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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