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은행 자체점검 결과, 금감원 접수해 분석 들어가
신한·우리 2곳서 4조원대…총액 수조원 늘어날 전망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의 이상 외환거래 자체점검 결과를 접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나온 4조원대를 넘어 수상한 해외송금 전체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자체점검한 이상 외환거래 내역을 받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뤄진 이상 외환거래에 대한 자체점검 결과를 지난 29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점검 대상은 신설·영세업체의 대규모 송금거래, 가상자산 관련 송금거래, 특정 영업점을 통한 집중적 송금거래 등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이후 신설업체로 외환송금액이 5000만 달러 이상이면서 ▲자본금의 100배 이상이거나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 운영 은행(신한·전북·NH농협·케이뱅크)으로부터의 입금 거래가 빈번하거나 ▲특정 영업점의 외환송금 실적이 50% 이상 차지하는 거래 등이 대상이다.
금감원은 외환감독국·일반은행검사국·자금세탁방지실이 연계해 검사 중이다. 오는 8월5일까지 휴지기를 갖고 이후 검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주요 점검 대상 거래규모는 44개 업체, 53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총 7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업계에서는 5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대형 금융사들이 거론된다.
금감원은 점검대상 거래 중에서 정상적인 상거래에 따른 송금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돼, 53억7000만 달러 전체가 이상 외화송금 거래규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2곳에서 밝혀진 4조원대를 훨씬 웃도는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금감원이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는 중복을 제외하고 22개 업체, 4조1000억원(33억7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은행이 보고한 8개 업체, 2조1000억원(20억2000만 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번에 검사 대상을 모든 은행으로 확대하면서 업계에선 가상자산 연계 등 수상한 해외송금 규모가 수조원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역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이뤄진 것과 유사한 거래가 다른 은행들에서도 벌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장에선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 대형사들이 거론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러 불법 요소가 강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며 “불법성이 명확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대량 외환 유동성의 해외 유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신속한 검사 등 조치를 하려 한다. 감독시스템에서도 왜 누락됐는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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