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는 환영 인파…타이페이 랜드마크 건물 ‘환영 메시지’
3일 차이잉원 총통 예방…총통실, 해외 디도스 공격받아
中군용기, 펠로시 전용기 대만 공역 진입하자 무력시위
백악관 “中 주권 침해 아냐…기존 정책과 100% 일치”
[워싱턴·서울=뉴시스]김난영 특파원, 이재준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서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도착 메시지로 ‘독재 대 민주주의’를 거론한 가운데 양안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는 모양새다.
◆美 3인자 펠로시, 도착 직후 “독재-민주주의 선택 직면”
중앙통신과 AFP,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2일(현지시간) 밤 10시 43분(한국 시간 11시43분)께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는 대만 측 인사와 환영 인파가 몰려 있었다.
펠로시 의장은 분홍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하기했으며,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영접을 나온 인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그는 이후 대기하던 승용차편으로 시내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이어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밤 타이페이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밤을 보낼 예정이다. 이후 3일 오전 8시50분 입법원을 찾아 유시쿤(游錫堃) 입법원장, 대만 여야 지도부와 만난다.
이어 펠로시 하원의장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예방한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측과 인도 태평양의 안전보장, 경제 동반자 관계, 민주통치 등에 의논하고 대만 민주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전달한다.
대만 도착 직후 펠로시 의장은 ‘민주주의’로 메시지 포문을 열었다. 그는 도착 직후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우리는 대만과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위협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 몇 년, 중국은 대만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격화했다”라며 “중국은 대만 방공구역 인근, 심지어 그 위에서 폭격기와 전투기, 정찰 항공기 순찰을 강화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세계가 선택에 직면한 시기에 이번 순방을 시작했다”라며 “미국과 우리 동맹은 우리가 결코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항 인근 환영 인파에 ‘TW♡US’ 메시지…반대 시위도
이날 펠로시 의장 도착 전부터 현지 공항 인근에는 환영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 측이 대만 방문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대중들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한 여객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소셜미디어에 상황을 공유했다.
공항 인근 인파 중 한 명인 자비스 궈는 뉴스위크에 “역사적인 착륙을 보고자 한다”라며 “모든 이가 이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쓴다. 심지어 길 가는 할머니들도 ‘너도 미국 항공기 보러 이곳에 왔니’라고 묻는다”라고 발언, 현장이 콘서트장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타이페이의 유명 고층 건물인 ‘타이페이101’에도 환영 메시지가 송출됐다. 대만 TVBS뉴스 소속 팅팅루 기자는 트위터에 “대만에서 가장 높고 상징적인 건물인 타이페이101이 오후 9시께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환영하는 불을 밝혔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된 영상에는 타이페이101 건물에 ‘TW♡US’, ‘펠로시 의장(Speaker Pelosi)’, ‘대만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TW)’, ‘감사한다(Thank you)’ 등의 메시지가 연쇄 송출되는 장면이 담겼다. 아울러 한자로 ‘미국과 대만의 우정은 영원하다’ 등 내용도 송출됐다.
다만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이 머무는 호텔 인근에는 반대 시위대도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전쟁광 낸시 펠로시, 우리에게는 당신이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평화가 필요하다”라는 팻말을 든 이도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中 외교부 “주권 침해” 강력 반발…무력 시위 예고에 긴장감↑
이날 펠로시 의장 방문을 앞두고 차이잉원 총통실 웹페이지는 해외 디도스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등에서는 중국이 펠로시 의장 방문과 관련해 대만해협 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포함한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와 진지한 항의를 무시하고 중국의 대만 지역을 방문했다”라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국 자주권과 영토 보전 침해라고도 했다.
아울러 중국 국방부는 이날 인민해방군에 고도 경계 태세를 내리고 표적을 정한 군사 조치를 전개하는 등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군은 이날 펠로시 의장 전용기가 대만 공역에 진입하자 공군 전투기를 발진시켜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무력시위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CNN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을 두고 “주권 문제와 관련해 침해는 없었다”라며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이전 의회 지도자들의 방문과 일치한다”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지난 1997년 대만을 방문했었다.
커비 조정관은 아울러 “4분의 1세기(25년) 전에는 당연히 지정학적 환경은 달랐다”라면서도 “그게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우리 하나의 중국 정책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번 순방이 자국 기존 대만 정책과 “100% 일치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전투기의 대만해협 무력시위에 관해서는 “이런 보도를 확인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그들이 그렇게 했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이는 그들이 행할 수도 있다고 우리가 예측한 플레이북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긴밀히 주시하겠다고 했다.
*사진 설명: [타이페이=AP/뉴시스]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페이에 도착한 모습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yjj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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