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우리 시간으로 2일 밤 11시 44분경 대만 방문을 시작했다. 중국 각 부처의 거센 비판 성명도 잇따라 나오고 있고 대만을 향한 실질적인 보복 조치도 본격화 하고 있다.
# 중국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핵심은 ‘하나의 중국’ 원칙”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3일 이른 시각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평화와 안정의 핵심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며 중미 평화 공존의 진정한 ‘가드레일’은 중미 3개 공동성명”이라고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미국에 의존해 (대만이)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막다른 길이며,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통제하려는 것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통일의 위업을 방해하는 상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또 “대만은 중국의 일부다. 완전한 조국통일의 실현은 대세이며 역사적 필연이다. 우리는 ‘대만 독립’ 분열과 외부세력의 간섭을 위한 어떠한 여지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대만 독립’을 지지하고 묵인한다 해도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며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다는 추악한 역사적 기록만 남길 것이다. 대만 문제는 당시 국가가 약하고 혼돈함으로써 생겨났으므로, 장차 민족의 부흥과 함께 반드시 종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 보복 이미 시작
중국의 보복 조치도 본격화됐다. 중국은 1일 대만의 100여개 식품 브랜드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한데 이어, 2일에는 대만산 감귤과 어류 등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3일 성명을 통해 “관련 법률와 규정에 따라 천연모래의 대만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치는 8월 3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엔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의 대만 접속이 차단됐다. 이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소식이 중국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환구시보는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하자마자 온라인 사평을 통해 “중국의 반격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단호하고 점진적인 포트폴리오 행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국가 핵심 이익 수호를 위해 취하는 그 어떤 반격 조치도 모두 정당하고 필요하다. 보복의 형식보다 보복의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추가 보복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펠로시 떠난 뒤’가 더 문제
홍콩 명보는 3일 진정한 위험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후에 나타날 것으로 관측했다. 명보는 “대만과 군사적 마칠 혹은 다른 형식으로 중국이 대만에 추후 보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블록미디어는 “펠로시 의장 방문 기간에는 실제 무력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한 바 있다.
# 대만, 중국 보복 경험 수두룩… 양안 관계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원칙 지켜
대만은 2016년 1월 민진당 출신의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뒤 중국이 단체관광객을 보내지 않으면서 경제적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매달 40만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대만을 찾던 때였다. 관광객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자 대만은 동남아로 눈을 돌리며 ‘신남향정책’을 펼치면서 이를 극복해 나갔다.
대만은 중국에 굽히지 않는다. 중앙일보 채인택 전문기자가 2017년 쓴 ‘대만이 중국 경제보복에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라는 기사엔 대만행정원 대륙위원회 추추이청 부주임(차관)가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대만 정부가 민주주의의 원칙에 의거, 양안 정책을 민의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원칙을 지키는 한 양안정책은 중국 압박에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대만의 양안 관계 원칙은 ‘평화와 현상 유지’다. 추 부주임은 ‘중화민국 헌법과 양안관계법에 따른다’ ‘지난 30년간의 교류 성과를 소중히 생각한다’ ‘양안이 그동안 체결한 협약과 약속을 지킨다’ 등 세부 원칙을 지키고 있어 양안 관계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인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국민의 뜻에 따른다’는 대원칙에 따라 결코 무리한 독립을 추진하지 않는다. 대만 연합보는 매년 독립과 통일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2021년엔 ‘영구적 현상태 유지’ 찬성이 51%, ‘대만 독립’ 찬성이 34%, ‘양안 통일’이 10%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10년째 비슷하다. 대만 국민의 뜻은 현상태 유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상태 유지를 원하는 ‘국민의 뜻’에 따라 차이잉원 정부는 ‘독립’을 말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과는 현상태를 유지하고 미국과는 관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지켜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 중국 편드는 러시아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노골적인 도발로 간주하고 중국을 전면 봉쇄하려는 미국의 침략적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대만 해협 양안 관계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이 지역 안정과 국제 안보를 저해하는 행동을 취하지 말고 미국의 패권이 설 자리가 없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