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상 흑자 247억8000만 달러
흑자폭 169억7000만 달러 축소
5년 만에 최대 감소폭
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흑자폭 줄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올 상반기(1~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24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한국은행 전망치(210억 달러)를 웃돌았다. 반면 경상수지 흑자폭은 매달 큰 폭 줄어들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올해 하반기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오던 수출에도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247억8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 조사국의 상반기 전망치인 21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서울=뉴시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56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가기는 했지만, 전년동월대비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면서 흑자폭이 큰 폭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
하지만 지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걱정스러운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흑자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417억6000만 달러)보다 169억7000만 달러나 축소됐다. 경상흑자 감소폭은 2017년 상반기(230억1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200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384억3000만 달러)와 비교해 184억2000만 달러나 줄었다. 전체 경상수지 감소폭 보다도 더 가파르게 줄어든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든 것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 증가 속도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통관기준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5.6% 증가한 3504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26.2% 증가한 3608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류를 제외하면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12.8% 증가해 수출 증가율 보다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우크라이나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원자재 수입이 급증해 상품수지가 부진한 영향”이라며 “다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무역수지도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7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은 150억2500만 달러로 1956년 관련 통계 작성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5월(-16억1000만 달러), 6월(-25억7000만 달러), 7월(-46억7000만 달러) 등 4개월 내리 적자를 보였다.
물론 무역적자라고 경상수지가 무조건 적자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한은이 집계하는 상품수지는 수입액에서 선박·중계무역수출입·운임·보험료가 빠지기 때문에 무역수지 수입액 보다 적게 잡힌다. 실제 올해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외국인 배당금 지급의 계절적 요인이 있던 4월을 제외하고 흑자를 유지했다. 다만,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를 기록할 경우 경상수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210억 달러, 하반기 29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올해 연간 경상수지가 5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당초 전망보다는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경우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교역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 경우 우리 수출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출고일자 2022.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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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황상필(왼쪽 두번째)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6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2.08.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황 국장은 “향후 경상수지 흐름은 주요국 성장세 둔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 성장세 둔화 되고 있는 점은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주력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전개 추이와 글로벌 공급 차질 해소 여부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은 수입 급증세 지속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이라며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 같은 최근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8월 말 경상수지 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가치 하락에도 수출이 크게 늘지 않아 무역수지가 여전히 적자를 보이고 있고, 단가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증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상품수지 흑자폭 축소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중국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고 글로벌 공급망 이슈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반기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침체 등 잠재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어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에도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되겠지만 흑자폭 자체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수입과 수출이 함께 줄면서 ‘불황형 흑자’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다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떨어지고 있어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경우 경상수지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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