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윤석열 정부의 110개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상자산 발행(ICO)이 가상자산의 분류 체계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경우 순차적으로 허용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테라-루나 급락 사태로 국내에서 엄격하게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선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ICO 허용 일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이날 업무보고 내용 중 디지털자산에 관한 부분으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업권법과 증권형 토큰과 비 증권형 토큰에 대한 기본법 마련 등이 있었다. 윤 대통령의 후보시절 주요 공약이자 임기 중 주요 과제 중 하나였던 국내 ICO 허용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업무보고는 대통령과의 독대 보고 형식으로 부처 내 주요 업무의 방향성을 보고하는 정도로 알고 있다. 보고 내용에 없다고 해서 해당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내 ICO 허용 위해 가상자산 성격 분류 우선돼야…IEO부터 우선 시행
앞서 정부는 국내 ICO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 증권형'(유틸리티· 지급결제 등)으로 나눠 규제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따라서 국내 ICO 체계를 위한 기반이 될 가상자산의 성격 분류 체계가 완성돼야 ICO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미국의 사례를 참고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가상자산 관련 검토 결과는 오는 4분기 나올 예정으로 국내도 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선에서 분류 체계가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ICO 도입의 필요성은 지난 5월 중순 테라-루나 급락 사태가 발생하면서 더욱 커지게 됐다. 테라-루나 급락사태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발행한 두 코인이 일주일 만에 가치가 99% 이상 하락해 휴지조각이 된 사건으로 코인 역사사 최악의 급락 사건이다. 국내에서는 ICO가 가능하지 않아 외국에서 발행해 국내 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코인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국내에서 ICO 신고제 등을 통해 엄격하게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선별해서 투자자 피해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상화폐 프로젝트 초반 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크게 가상자산 공개(ICO)와 가상자산 거래소 공개(IEO)가 있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ICO 관련 공약에서 국내 ICO를 조건부로 허용하겠다고 언급했기에 IEO 방식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코인도 공모주청약처럼…거래소 통해 코인 공개 발행에 참여
IEO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일종의 기업공개(IPO)에 해당하는 것으로, 투자자금 공모를 위해 블록체인 프로젝트팀이 코인을 발행하는 경우 위탁을 받은 거래소가 해당 프로젝트의 코인을 대신 판매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거래소가 사전에 해당 토큰을 검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상장 코인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리스크가 적다고 평가받는다.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IEO에 참여하는 식이다. IEO는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일종의 공모주 청약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대표적인 IEO 플랫폼으로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지난 2017년 출시한 런치패드가 있다. 런치패드 출신의 유명 프로젝트는 폴리곤(MATIC), 더 샌드박스(SAND), 엑시인피니티(AXS), 스테픈(GMT)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샘 뱅크먼프리드가 이끄는 파생상품 거래로 유명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FTX IEOs’가 있다. FTX IEO를 통해 데뷔한 가상자산은 세럼(SRM), 스타아틀라스(ATLAS), C2X(CTX) 등이 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가 계획한 가상자산 관련) 방안에서 (산업 성장에 실직적인) 도움이 되는 건 공약에 담겨있던 IEO 형태로 ICO를 순차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코인 발행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 진흥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박 교수는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들도 닥사(DAXA·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라고 자율협의체 만들었는데 정부의 입장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닥사에 어느 정도 권한을 주면 산업에서 어느 정도 룰을 만들고 자정 기능도 만들 수 있기에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 주최로 오는 11일 제3차 가상자산 당정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김주현 위원장도 참석할 예정이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처음으로 가상자산 업계와 이야기하는 자리로 해당 간담회에서 ICO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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