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지난 달 15일 뉴욕증권거래소에는 한 종목이 신규 상장했습니다. 홍콩의 핀테크 기업인데요.
보름이 지난 후 이 종목은 IPO 가격 대비 3만2000%가 넘게 폭등했습니다. 다시 보름이 흘렀습니다. 주가는 고점 대비 90% 급락했습니다. 그러나 상장 가격보다 2200%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AMTD 디지털이라는 종목입니다. 이 만화 같은 스토리를 놓고 뉴욕과 홍콩 증시가 시끌시끌합니다.
# 모든 공매도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Shorts)
AMTD 디지털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월가 증권사는 딱 한 곳입니다. 텔리머 증권인데요. 보고서 제목이 ‘모든 공매도의 어머니(the Mother of All Shorts)’ 입니다.
AMTD 디지털의 급등도 놀랍지만, 급락 과정에서 공매도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숏 셀링을 할 수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AMTD 디지털은 지금도 연간 이익의 400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가장 수익성이 높다는 골드만삭스 주가가 기껏 6 배인데 말이죠. 따라서 숏을 칠 수 있다면 대박일텐데요. 돈 냄새를 잘 맡은 월가는 왜 이런 종목을 그대로 둘까요?
# 든든한 뒷배
우선 AMTD 디지털이 어떤 기업인지 봐야 합니다. 이 회사는 AMTD 그룹의 계열사입니다. AMTD 그룹은 2003년 설립됐습니다. 그룹 산하에 AMTD 디지털, AMTD 아이디어라는 자회사가 있습니다. 둘 다 싱가포르와 미국에 상장돼 있습니다.
AMTD 디지털의 CEO는 ‘케빈 초이(Kevin Choi)’라는 인물인데요. 홍콩에서 태어난 캐나다 시민권자입니다. 케빈 초이는 2016년 AMTD 그룹에 합류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글로벌 투자 은행 UBS에서 일했습니다.
결국 AMTD 그룹이 어떤 회사이냐가 중요한 거죠. AMTD 그룹이 만들어질 때 투자자가 바로 리카싱입니다. 홍콩 최대의 거부죠. “이 사람 땅을 밟지 않고는 홍콩을 걸어 다닐 수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의 부자입니다. 또 다른 홍콩의 부동산 재벌 로 패밀리도 AMTD에 투자했습니다. 2019년에는 모건스탠리도 돈을 댑니다.
AMTD는 홍콩 금융계의 거물들이 백커(backer) 역할을 하는 기업인 것이죠.
케빈 초이도 유명인사입니다. 홍콩 최대 금융 컨퍼런스에 3년 연속 메인 스폰서를 맡았고, 기조 연설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홍콩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아 법률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홍콩 당국은 그가 이해상충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왜 공매도를 못하나?
뒷배가 아무리 든든해도 AMTD 디지털 주가는 누가 봐도 거품인데요. 왜 공매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요?
뉴욕에 상장된 AMTD 디지털 주식의 공매도 비율은 0.1% 수준입니다.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려면 빌리는 값(이자)을 내야하는데요. AMTD 디지털 공매도 적용 이자가 연 환산 900%에 달합니다.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적용 이자는 통상 1% 수준입니다.
공매도를 하려고 해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것이죠. AMTD 디지털은 유통 주식수도 전체 발행 주식의 10%에 불과합니다. 언제든 가격이 다시 뛰어 오를 수 있습니다. 섣불리 공매도를 했다가 숏 스퀴즈에 걸릴 수 있습니다.
AMTD 디지털의 급등과 급락을 보면, 게임스탑 등 개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는 밈 주식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이 미스터리한 회사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