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은행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8.5조
금융당국, 수사당국과 자금 실체 파악 주력
국정원도 해외법인 신원 파악하기 위해 조사
일각에선 북한·이란 자금세탁 가능성도 제기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 은행, 美 당국 제재
금융당국 “섣불리 예단 못해” 일축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국내 은행에서 8조5000억원대 자금이 ‘가상자산 환치기’ 수법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정황이 드러나면서, 해당 자금 실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란 등 특정 국가의 자금세탁 연루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내 은행은 미 당국으로부터 ‘세컨더리보이콧’ 제재받게 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8조5000억원대 이상 외환거래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은행 약 70여개 지점에서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상 외환거래가 발생했다. 해당 자금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여러 개인·법인→무역법인→ 홍콩·중국·일본·미국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로서는 가상자산 환치기가 유력한 상황이다.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금감원은 수사당국과 함께 이상 외환거래의 실체를 파악 중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출입기자 간사단 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서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서도 “검찰·관세청과 공조하며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추측도 무성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란 등이 국내 가상자산을 통해 ‘검은돈’을 세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도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을 송금받은 법인이나 개인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이 미국이 테러국으로 규정한 국가로 흘러 들어간 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내 은행은 미 당국으로부터 제재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 실체가 우려하는 범죄자금일 경우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보이콧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컨더리보이콧이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단체까지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은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받게 되고, 나아가 미국 금융망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실제 2020년 IBK기업은행 미국 뉴욕지점은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불법 송금과 관련해 자금세탁 방지를 위반한 혐의로 미 뉴욕 남부지검으로부터 8600만달러(약 1000억원)의 과징금을 처분 받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보이콧을 받은 사례는 있다”면서도 “다만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해당 자금을 대북송금으로 규정할 수 없다. 너무 앞서 나간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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