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연간 물가상승률 두 자릿수로 급증하기는 처음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 원인…실질임금 역대 최대폭 하락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영국 물가상승률이 또 다시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영국통계청(ONS)은 17일(현지시간) 영국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40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급증했다고 FT는 전했다.
6월 CPI는 9.4%였으며, 7월에는 경제학자들 기대치인 9.8%를 상회했다. ONS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을 CPI 상승폭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서비스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실질 임금은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ONS는 전날인 16일 올해 2분기 평균 실질임금이 작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00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대런 모건 ONS 경제통계국장은 트위터에 “급여의 실제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너스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기록이 시작된 2001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여전히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상여를 제외한 평균 임금은 4.7%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훨씬 더 높았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ONS는 설명했다.
출고일자 2022.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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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톨=AP/뉴시스] 영국 철도해운노조(RMT) 조합원들이 지난 27일 영국 브리스톨에서 임금 인상과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2.07.30. |
영국에서 인플레이션은 6~7월 연속으로 역대 최고로 치솟고 있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6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올해 말에는 물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카타에 따르면 영국 식료품 가격 인플레이션이 지난 4주 동안 11.6%를 기록했으며, 이는 14년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평균 연간 쇼핑 비용은 533파운드(약 85만원) 늘었다.
또 올해 에너지 평균 연간 요금도 이미 54%나 늘어 거의 2000파운드(약 318만원)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영국인이 수백만명이 생활비 위기에 빠졌고, 그들 중 상당수가 “난방 또는 끼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끼니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평균 에너지 요금이 내년 1월부터 연간 5000파운드(약 739만원)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빈곤 퇴치 자선 단체인 조셉 라운트리 재단은 트위터를 통해 “실질 임금이 떨어지면서 저소득 가정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사람들이 (난방이나 끼니 등) 필수 요소들을 포기하는 불가능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영국 노동자들은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압박을 견디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해 왔다. 6월에는 수천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임금을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고, 이번 주에 추가 파업이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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