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지난 19일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타며 가격이 한 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갑작스러운 하락장에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인 요인으로 매물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와 더불어 독일 7월 PPI로 인해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2일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9일 이후 주말 동안 비트코인은 한 때 약 10%, 이더리움의 경우 17%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2861만원대까지, 이더리움은 211만원까지 하락했다. 이달 이후 비트코인은 최고 3345만원(8/15), 이더리움은 269만4000원(8/14)까지 오르며 올해 이후 가장 활발한 상승장을 펼친 바 있다.
◆반등하던 코인…소폭 하락에 연쇄청산 일어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장에 대해 지난 19일 하락장 직전 발생한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의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지난 19일 하락장 직전에 선물거래소로 이동한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물량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김민승 연구원은 “FOMC 회의록은 공개 직후 예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었고 대규모 하락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만일을 대비해 선물거래소로 이동한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발표 이후 며칠 잠잠하다가 19일에 약간의 가격 변동이 발생하자 선물거래소에서 평소보다 많은 미체결 물량이 나오면서 변동성이 증폭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공시 플랫폼 쟁글의 리서치팀에서도 “과도한 마진거래로 인해 매도 압력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고배율 레버리지 거래는 전통금융시장 대비 훨씬 쉽고 관련 규제도 없어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이기에 가상자산의 경우 가격이 조금만 빠져도 연쇄 청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배 레버리지 롱(매수)포지션의 경우 해당 가상자산이 10%만 빠져도 담보 자산이 자동청산되는데, 주요 가상화폐에 대한 마진거래일 경우 이는 매도 압력을 가중시키며 시장 전체의 추가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이후 이더리움이 다음 달 이더리움의 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강세장을 펼쳤기에 고배율 레버리지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 밖에도 잭슨홀 미팅과 같은 날짜에 예정된 미국 2분기 잠정 국내총생산(GDP) 발표 역시 이날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이벤트로 꼽힌다. 또 미국 재무부의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토네이도 캐시’ 제재와 관련한 규제 소식 등도 향후 가상시장의 등락을 좌우할 주요 이슈로 언급되고 있다.
토네이도 캐시는 유명 가상자산 믹싱(믹서) 서비스로 가상화폐를 주고받은 거래 내역을 가려줘 거래의 익명성을 강화하는 서비스다. 토네이도 캐시와 같은 믹서 기술은 사용자의 신원과 개인정보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해킹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북한의 해킹 집단으로 알려진 ‘라자루스’가 토네이도 캐시 등을 이용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공격하고 수천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정황이 미국 재무부 등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FOMC·독일 PPI 등 금리 인상 공포 키워…”잭슨홀 미팅 이후 방향 잡힐 것”
일각에서는 코인 시장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 19일 오후에 나온 독일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한다. 유럽의 경제지표가 코인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지만, 8월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미국의 금리 관련 주요 이벤트가 없는 상황에서 독일의 7월 PPI가 부각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독일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5% 넘는 가파른 상승률을 보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 역시 하락세를 기록해 금융 시장 전반에 악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트코인과 상관계수가 높은 나스닥의 하락세를 훨씬 웃도는 코인시장의 폭락에 시장 투자자들의 혼란은 커진 상황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0.8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9%, 나스닥은 2.01%, 나스닥100은 1.95% 하락했다. 나스닥은 비트코인과 상관계수가 가장 높아 등락 흐름을 같이 한다.
다만 이번 주 25일(현지시간) 예정된 잭슨홀 미팅 이후에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금요일에는 FOMC 의사록 공개의 여파가 있는 가운데 마운트곡스 사태와 관련한 비트코인 손실에 대한 보상 물량이 풀린다는 뉴스도 있었다”며 “잭슨홀 미팅에서 정책과 관련한 주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9월 FOMC에 앞서 잭슨홀 미팅 결과에 따라 포지션을 재정비하는 트레이더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즉,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 내용에 따라 시장의 등락이 정해진다는 얘기다. 잭슨홀 미팅의 내용으로 연준의 향후 금리정책 방향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정점 통과에 대한 가능성이 언급되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한 강경한 의지를 고수한다면 시장 심리가 다시 한번 위축되며 큰 폭의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말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개최한다. 올해는 오는 25~27일 동안 열리며, 국내 기준으로는 26일 오후 11시 개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j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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