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350원 턱밑까지 오르자 외환당국이 두 달 만에 또다시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3일 오전 9시22분께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3월7일, 4월25일, 6월13일 이후 두 달 만이다. 올 들어 네 번째 구두개입이다.
외환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이 나온 직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37.6원까지 하락하면서 1340원대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폭을 일부 반납하며 1339원 후반에서 134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출발해 장중 1345.2원까지 오르는 등 전날 기록한 연고점(1340.2원)을 하루 만에 다시 넘어섰다. 3거래일 연속 연고점 돌파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외환당국은 지난 6월 13일에도 환율이 치솟자 1290원을 돌파하기 직전 이례적으로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김현기 당시 한은 국제국장 명의로 공식 구두개입을 내놨다. 외환 당국은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은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4월25일에도 장중 1250.1원까지 치솟으며 전 거래일 기록한 연중 최고기록(1245.4원)을 경신하자,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앞서 3월7일에도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27.60원까지 오르자 “최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역외의 투기적 움직임이나 역내 시장참가자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이 올 들어 네 차례나 구두개입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쏠림현상과 원화약세가 심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올해 이전에는 구두개입에 나선 경우가 2020년 3월24일 이후 전혀 없었다.
최근 환율이 크게 뛰어오른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과 유럽,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25~27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미 연준이 앞으로 남아 있는 세 차례의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과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윤곽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다음달 FOMC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려 시장의 관심이 높다.
시장은 그동안 미 여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일부 매파적 연준 인사들이 0.75%포인트 인상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 놓으면서 긴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55%로 절반을 넘어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09선을 넘어서며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 둔화 우려에 유로화는 달러대비 0.9943달러까지 내려가면서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 중순에 20년 만에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 ‘패러티'(등가)가 깨진 후 한 달 만에 처음이다. 이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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