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직접 개입 꺼리지만 기술엔 큰 관심
5일 걸리던 채권 거래 1시간 만에 가능
거래 비용 및 리스크 감소 등 장점 많아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암호화폐 투자를 꺼려온 미 월가의 거대 은행들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는 매우 적극적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채권 등 각종 채무증권을 이더리움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하고 있으며 자체로 블록체인 기반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미 오닉스(Onyx)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각종 첨단 거래를 하고 있으나 시스템은 낡아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에 주로 의존한다. 골드먼삭드 등은 보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축하고 있다.
분산장부기술로도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 시장이 운영되는 토대다. 쉽게 말하면 공개기록저장시스템(중앙 원장)을 사용해 자산 이동 상황과 소유권 정보를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다. 모든 참여자들이 각자 동일한 중앙 원장을 보유하도록 운영된다.
월가의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운영 시스템과는 일부 다르다. 은행 또는 은행연합 등 중앙 기관이 네트워크 진입을 허용하는 권한을 갖는 방식이다.
은행 이외에도 월마트가 블록체인 기술로 공급망을 관리한다. 부동산 업계의 유명 회사들도 주택 소유 상황을 기록한다.
골드만삭스 등은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으로 거래하면 거래 상대자로 인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지지자들은 또 주식 발행자 등이 주식 보유자 현황을 파악하는 등 각종 자산 보유 현황 파악도 쉽다고 말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톰 팔리 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모든 금융 서비스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회사들은 최소 5년 이상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해왔다. 그러나 아직은 금융거래에 널리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유럽 보험회사들이 2016년 B3i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 시도했지만 지난 7월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컨소시엄이 해체됐다.
당국의 규제 문제도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해외 지점이 많은 다국적 은행들이 그렇다. 리스크 관리, 유치 및 담보물 관련 규정이 아직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예컨대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인한 불특정 리스크에 대비해 은행이 충당금을 배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고 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신기술에 뒤쳐지길 원하는 은행들은 거의 없다. 큰 은행들이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매튜 맥더모트가 디지털자산 부문을 책임지는데 휘하에 엔지니어링, 규제 및 법령, 정부 상대 전문가들 70여명을 거느린다. 맥더모트는 처음 블록체인에 대해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확신한다고 말한다. 다른 월가 은행가들도 비슷하다. 이들 모두 처음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한 때 유행이라고 생각해 콧방귀도 안뀌었다.
골드만삭스에서 16년 동안 재직했고 2년 전부터 디지털자산 부문을 맡아온 맥더모트는 “호기심에서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블록체인에 투자한 금액이나 이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지에 대해 공개하길 거부했다. 이 회사는 자사와 고객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거래 플랫폼 뿐 아니라 다른 은행도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경쟁자들이 범용 플랫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출범한 JP모건의 오닉스 플랫폼은 다른 은행도 사용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 BNP 파리바 등이 이 시스템에서 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하고 있다. JP모건은 오닉스로 처리한 환매조건부채권 거래액이 3500억달러(약 469조원)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골드만삭스와 호주증권거래소(ASE)를 고객으로 둔 디지털 애싯사 유발 루즈 CEO는 “거래가 활발하다”면서도 아직은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은행마다 매튜 맥더모트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럽투자은행의 2년물 채권을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하도록 주관했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채권 판매는 5일 정도 걸리지만 당시 거래는 1시간 만에 모두 끝났다고 맥더모트가 밝혔다.
이는 며칠씩 묶여 있던 거래 비용들이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며칠 뒤 거래 상대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해 발생하는 리스크 우려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맥더모트는 디지털 채권 거래 확충을 원하는 은행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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