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400원 돌파 시간문제
#원달러 환율, 구두개입에도 1345.5원에 마감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이 미국 긴축보다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른 유로화 약세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여 만에 1400원을 다시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달러 강세를 막을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어 올해 연말까지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공식 구두개입에 장중 1337.0원까지 내려갔다가 이후 다시 하락폭을 되돌리면서 전 거래일(1339.8원) 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우려가 불거지며 1326.7원까지(고점 기준) 올랐으나, 이후 경기 침체,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을 점치며 1300원 초반 대로 하향 안정됐다.
안정세를 보이는 듯 했던 환율은 지난주 다시 올라,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원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등이 미국 내 달러 강세 요인 보다는 유로 등 비달러 지역의 약세 압력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럽지역 에너지 위기로 유럽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데 기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고강도 긴축 경계감 고조, 중국 경기 부진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올해 말까지 원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점 역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달러화는 1980년대 이후 11차례의 경기침체 국면에서 단 세차례만 약달러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 역시 2000년대 이후 침체 국면에서 하락한 경우는 두차례에 불과하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돌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역대 두 차례에 불과하다.
유로화 가치는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대비 0.9943달러까지 내려가면서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7월 중순에 20년 만에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 ‘패러티'(등가)가 깨진 후 한 달 만에 처음이다. 이는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의 유럽지역 가스관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앞서 유럽과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유지보수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이달 말부터 3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겨울철을 앞두고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고,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유로존 경기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상 달러 강세에 연동돼 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물가 급등으로 영국과 독일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유로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긴축 보다는 유럽발 에너지 위기 영향이 더 크다”며 “러시아가 유럽 에너지를 공급을 놓고 협상을 하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환율이 빅피겨인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유럽지역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도 크게 하락하고 있는데, 달러화 대비 유로화 하락폭 만큼 원화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11월 겨울철 유럽 가스 수요 성수기를 앞두고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어 빠르면 9월까지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협상이 늦어지면 10월, 11월에도 강달러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초강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우려도 있지만,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 비달러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 더 크다”며 “특히 영국과 독일 등 유로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직면하면서 파운드화와 유로화 약세를 유발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강세를 막을 만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분간 달러 초강세 현상과 원화 추가 약세 압력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높다”며 “파운드, 유로와 더불어 위안화 약세 현상이 추가적으로 이어지면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27일 열리는 잭슨홀 미팅도 환율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향후 통화 정책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 잭슨홀 미팅은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 회의에서 미 연준이 앞으로 남아 있는 세 차례의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폭과 속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윤곽이 나온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때 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온 만큼 시장에서는 연준 인사들이 경기를 일부 제약하는 정도의 강한 긴축 스탠스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화 지수를 결정하는 주요 통화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위안화 약세 역시 달러 강세에 일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6.8476 위안으로 6.8 위안을 넘어섰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2일(현지시간)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70%에서 연 3.65%로 0.0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등 제로코로나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고, 끊이지 않는 부동산 관련 신용 우려, 중국-대만 갈등 등으로 약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럽지역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고,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와 위안화 약세도 원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1차 저항성인 1350원을 돌파할 경우 1365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는 등 추가 상승을 염두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긴축, 중국 부동산 냉각, 유럽 에너지난 중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지만 특히 유럽의 에너지 공급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며 “유로의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달러 강세와 유로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화의 강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 기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유럽의 에너지 공급 개선, 중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 전환 등이 필요하며 이는 연말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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