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 FTX 보유
재산 규모 16조…캐나다·일본 거래소 인수
2017년부터 비트코인 차익거래로 큰 돈 벌어
암호화폐·기존 금융시장 모두 총괄하는
금융 수퍼마켓 차리는 것이 최종 목표
FTX 암호화폐 아닌 달러로 현금 수십억달러 보유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하면서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지금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CEO가 암호화폐 시장 회복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X CEO 샘 뱅크먼프리드가 암호화폐 산업의 구세주를 자임하고 나섰다. 올 들어 암호화폐 대부회사를 긴급구제했고 다른 회사도 안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캐나다와 일본의 거래소를 인수했으며 수퍼모델 지젤 번천이 등장한 잡지의 맞은 편 페이지에 광고를 실어 주요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지 말도록 호소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서른 살의 억만장자다. 그는 지난해 규제를 피해 FTX 본사를 홍콩에서 바하마로 옮겼고 그를 따라 종업원 수십명도 바하마로 이주했다.
[서울=뉴시스]암호화폐 시장 구세주를 자처하는 샘 뱅크먼-프라이드 FTX CEO. (출처=coingeek.com) 2022.8.23.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는 자신의 목표가 암호화폐의 대중화라고 강조했다. FTX가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길 원하며 비트코인 기술이 증시 등 기존 금융시장을 재창조하고 보편적인 지불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러면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비트코인이 시작된 지 10년 이상 지났지만 암호화폐의 가치는 널리 인정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이래 70% 떨어졌고 암호화폐 시장은 2조 달러 이상의 가치가 사라졌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만 수백만명이다.
그가 벌인 일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일본 투자가 난항을 겪고 있다. FTX와 별도인 거래회사 알라메다 리서치가 암호화폐 대부회사 보이저 디지털을 지원하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보이저에 7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9.5%를 획득했으나 보이저가 2주전 파산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전염이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우리의 도움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나치게 신중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는 시장 비중이 큰 회사다. 3년 전 설립된 뒤 크게 성장했다. 직원이 300명 정도지만 거래 규모가 하루 평균 94억 달러에 달해 세계 3위다. 지난해 매출 10억2000만 달러, 순익 3억8800만 달러였다. 뱅크먼프리드는 암호화폐가 폭락한 올해에도 수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투자금 모집에서 가치가 320억 달러로 평가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2년 전 수준과 비슷한 2만1000 달러를 간신히 상회하는 지금 뱅크먼프리드는 최악은 지났다고 말한다. 그는 “앞 일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대부분의 혼란이 정리됐다”고 했다.
지난 6월 암호화폐 대부회사 블록파이 CEO가 도움을 요청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동료와 파델(테니스 비슷한 경기) 게임을 하던 오후 11시에 메시지를 봤고 즉시 FTX 임원이 램닉 어로러와 함께 자동차로 달려가 에어컨을 켜고 전화를 걸었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암호화폐 저축을 유치해 거래자들에게 대부하는 사업을 하는 블록파이는 5월 테라USD와 루나가 붕괴하고 헤지 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이 파산하기 전까지는 잘 나갔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공포가 확산됐다. 6월 12일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예금 인출을 중지했고 블록파이와 보이저 등도 예금 대량 인출 위기에 빠졌다.
그러자 FTX 본사에 지원 요청이 쇄도했다. 6월 2주 동안 15개 암호화폐 회사들이 FTX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FTX는 셀시우스는 구원 가능성이 없지만 블록파이는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원 요청을 받은 다음날인 6월19일 블록파이 지도부와 화상회의를 한 뒤 뱅크먼프리드가 협상을 시작했다. 블록파이에 구명줄을 던지면서 FTX는 제국을 확장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1일 공개된 최종 협상 결과 FTX는 블록파이에 4억 달러를 대여하고 회사를 2억4000만 달러에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블록파이는 지난해 7월 자산 가치가 47억5000만 달러로 평가됐었다.
블록파이의 암호화폐 예금주는 65만만명에 달하며 FTX가 블록파이 인수에 성공하는 경우 암호화폐 대형은행을 보유하게 된다.
뱅크먼프리드는 FTX를 암호화폐 금융수퍼마켓으로 만들어 거래와 지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길 원한다고 했다. MIT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금융공학 투자 대기업 제인 스트리트 캐피털사에서 근무했다. 부모는 스탠포드법대 교수들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그의 재산이 119억 달러(약 15조9700억원)로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260억 달러(약 34조9000억원)로 평가됐었다. 그는 개인 자산을 대부분 기부해 사회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팬데믹 방지와 인공지능이 인류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데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전국적 인물로 미 의회에서도 주기적으로 증언하고 FTX와 암호화폐 산업을 위해 로비도 한다. 그를 잘 아는 사람은 3년 전만 해도 수줍어하고 기이하게 행동하던 그가 이토록 빠르게 의원들과 언론 및 대중과 능숙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에 놀란다.
그는 2017년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하면서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의 한 주택을 임대해 회사를 차렸다. 낡은 책상과 컴퓨터를 아마존을 통해 구입했다. 최근 암호화폐 규제가 미국보다 덜한 홍콩으로 알라메다 본사를 이전했다.
알라메다는 비트코인 시장에서 차익 거래를 하는 회사다. 특정 시장에서 싸게 산 비트코인을 다른 시장에서 비싸게 파는 방식이다. 초기에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일본에서 팔아 큰 돈을 벌었다.
2019년 FTX를 설립했다. 기존 회사보다 개선된 암호화폐 거래를 보장한다면서다. 지난해 국제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FTX 본사를 바하마로 옮겼다. 검소한 것으로 알려진 뱅크먼프리드가 구입한 주택은 고급 아파트 건물 펜트하우스로 방이 5개인 3000만 달러 짜리다. 이 집을 FTX 동료 10명과 공동 구매했다. 그는 종종 사무실에서 슬리핑백에 들어가 자기도 한다.
FTX는 올초 일본 암호화폐 거래회사 리퀴드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해킹으로 9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었다. 당시 리퀴드는 청산 위기에 직면했고 CEO 세스 멜라메드가 도쿄행 비행기 안에서 뱅크먼프리드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이례적이지만 FTX가 리퀴드 인수를 고려한다면 우리 회사는 물론 암호화폐 업계 전반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공항에 도착해서 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기꺼이 살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 FTX가 1억2000만 달러를 빌려줘 리퀴드 파산을 막고 인수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인수 과정에서 FTX의 일본 고객 수천명이 떨어져 나갔다.
FTX의 COO가 된 멜라메드는 “리퀴드 고객들이 연내로 다시 복귀할 것이며 내년에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FTX는 캐나다 암호화폐 거래회사 비트보를 인수했다. 호주에서 금융서비스를 허가를 취득했고 활동 영역을 EU까지 넓혀가고 있다.
FTX는 기존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공인 주식 중개회사를 인수해 최근 미국인 고객들이 비트코인과 함께 주식 거래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5월 뱅크먼프리드는 개인 재산 6억4800만달러를 투자해 인기가 큰 주식 거래 앱 회사인 로빈후드 마켓의 지분 7.6%를 인수했다. 로빈후드의 주가가 주식 공개 당시 대비 80% 하락한 시점이었다. 이 회사 주가는 지금도 오르지 않고 있다.
그가 FTX와 알라메다를 함께 보유한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거래회사는 중립성이 중요한데 알라메다는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내는 회사기 때문이다. 주식 거래 등 기존 금융시장에서 당국은 양자를 함께 소유하지 않도록 규제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그런 규제가 없다.
그는 지난해 알라메다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알라메다는 여전히 그에게 큰 돈을 벌어주고 있다. 알라메다가 운영하는 한 계좌에서 2020년 이래 벌어 들인 수익이 5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FTX사는 지난해와 올 초의 여러 차례 투자금 모금에서 20억 달러를 투자 받았다. 투자자 가운데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와 온타리오 교사 연금 플랜 등도 있다. 이 돈으로 암호화폐 시장 붕괴 후 인수에 나서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FTX가 수십억 달러의 달러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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