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고물가 현실…4%대 기대인플레 대응 필요
0.25%p 인상시 8년 만에 2.5%로
환율도 1345원 돌파…외환시장 안정 역할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 스텝’ 단행이 유력시 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정책금리를 올리게 되면 사상 처음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도 발표된다.
25일 금융 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6%대를 물가가 두 달째 지속되고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대에 육박하면서 고(高)물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 의지를 재확인 하는 등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한 대응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한은이 이번에 또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올해 4월, 5월, 7월에 이어 8월까지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또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기준금리가 연 2.5%가 된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0.25%포인트 인상 의견이 높다. 금투협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97%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91%는 0.25%포인트 인상을, 나머지 6%는 0.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비중은 3%에 그쳤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6%대로 치솟으면서 과감한 금리인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5월 5.4%로 5%대를 넘어선 후 6월 6.0%, 7월 6.3% 등 두 달 연속 6%대를 기록했다. 8,9월에는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연간 물가가 5%를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연간 물가가 5%대를 기록하게 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와 한은이 물가 정점을 9~10월로 내다 보고 있지만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두 달 연속 4%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가 향후 1년간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인 8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나타났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4.7%)보다는 0.4%포인트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제품 가격 인상,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다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물가 상승을 고착화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돼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면 향후 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경제 전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나타났다. 전달(86)보다 소폭 오르면서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100 아래를 지속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고물가에 주요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는 영향이다.
대출금리 오름세에도 가계대출은 다시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대출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보다 6조4000억원 늘었다.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가장 큰 규모다.
한은이 베이비 스텝을 단행하면 이번 달 한미 금리는 다시 같아진다. 하지만 향후 미국 간 금리 역전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이 다음달 회의에서 0.5~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하고, 11월과 12월 회의에서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2.25~2.50%, 한국은 2.25%로 상단 기준으로 미 금리가 한국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회의에서 0.5%포인트 올린 후 남은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올려 연말 3.5% 수준으로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출고일자 2022. 0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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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7.13. photo@newsis.com |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 유럽과 중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23일 1345.5원에 마감하는 등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6거래일 동안 43.1원이나 올랐다.
한은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금통위는 지난달 회의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낮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통위에서 물가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과 현재의 물가 흐름이 대체로 부합한다는 점에서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며 “8월과 10월 추가 두 차례 인상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늘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재 2.25%에서 0.25%포인트 높아진 2.50%로 만장일치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3분기쯤 물가가 정점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 주체들에게 부담을 크게 줄 수 있는 이례적인 인상 폭을 유지하기 보다는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금통위에서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수정도 관심사다.
소비자물가 상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7월 누적 물가가 4.9%로 한은 전망치(4.5%)를 넘어섰다. 추석을 앞두고 8, 9월 물가가 더 뛸 전망이라 5%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1997년 물가전망을 발표한 후 5%대 전망을 내놓은 적도 한 번도 없다. 현실화 될 경우 외환위기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5%를 넘게된다.
성장률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0.6%, 0.7% 성장하면서 0%대 성장을 이어왔다. 한은 전망치(2.7%)를 달성하려면 3, 4분기 각각 0.3%포인트씩 성장해야 하지만 무역수지 악화와 설비·건설투자 하락, 민간소비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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