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단순화’로 과소평가시 긴축발작 올 수있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신흥국들에게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해 보다 더 명쾌한 형태의 ‘포워드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신흥국 및 소규모개방경제에 대한 교훈’을 주제로 강연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새로운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도입했다. 중앙은행이 시장과 소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는 미래의 정책 경로에 대한 정성적인, 또는 특정 시기나 임계치에 기반한 포워드가이던스를 의미한다. 예켠데 과거 연준이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또는 ‘적어도 실업률이 6.5% 이상으로 유지되는 한’ 등의 조건 하에서 저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표현이 대표적이다.
이 총재는 “이러한 비전통적인 정책은 대체로 장기금리를 낮추고 경기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거뒀지만 커뮤니케이션이 ‘과도하게 단순화’ 되고 그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외부 환경 급변시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과도한 단순화’로 인해 시장이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면 중앙은행은 출구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져 2013년의 긴축발작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 연준의 긴축 정도가 크지 않고, 정책전환 기조가 조심스럽게 언급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해 금융시장의 혼란을 촉발한 바 있다.
그는 “신흥국이나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주는 영향이 큰 만큼 급격한 경제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더욱 중요하다”며 “출구전략의 유연성을 크게 제약하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가 신흥국의 이상적인 정책수단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비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의 대안으로 시나리오에 기반한 전통적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전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인지, 아니면 단기에 그칠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았던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화되는 시나리오에서는 보다 강력한 금리 정상화 정책을 제안하고, 반대의 경우 완화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정책을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 포워드가이던스를 했다면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고인플레이션 국면으로 넘어가는 최근의 이행과정에서 보다 유연하게 정책대응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특히 지난달 국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자간담회도 사례도 언급했다.
이 총채는 당시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한은 총재들이 “당분간 통화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해 매우 명쾌한 소통 방식으로 인식됐다.
이 총재는 “신흥국에의 경우 선진국 통화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기본 시나리오와 대안 시나리오를 만들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반대 의견도 상당한 게 사실”이라며 “최근 한은 통화정책 결정은 이러한 논쟁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달 사상 첫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는데 이미 시장에 예견돼 있어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가 더 중요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일종의 절충안을 취했다”며 “공식의결문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와 같은 정성적 문구만 포함하기로 한 반면,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보다 구체적인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접근은 시장이 원하는 최소한의 포워드가이던스를 제공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운용상의 신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