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서 파월 “높은 금리 수준 유지”…파월 피봇 없어
전문가들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으로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긴축의지가 재확인 되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경우 외국인 자본유출, 환율 상승, 고물가 등이 우려되고 있어 추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2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할 때 까지 경계에 부담이 될 정도의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며 “또 한번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높은 금리와 성장 둔화, 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사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를 둔화시킬 정도의 높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메시지로 9월에도 7월 수준인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물가 지표가 다소 둔화하며 올해 말께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파월 피봇(정책전환) 기대가 사라졌다.
다음달 ‘자이언트 스텝’ 단행 가능성도 60%를 넘어섰다. 26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61.5%로 나타났다. 일주일 전 47.0%와 비교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전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게 전문가들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미 연준의 긴축 속도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의 발언에 전세계 금융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파월 의장이 다음달 금리 결정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긴 했지만, ‘또 한번 이례적인 큰 폭 인상’을 언급하는 등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을 내 놓으면서 공격적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지난달 역전됐던 한미 금리는 다시 같아졌다. 현재 미 연준의 기준금리는 2.25~2.50%, 한국은 2.50%로 상단 기준으로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 연준이 다음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게 되면 미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0.75%포인트 더 높아진다. 한 달 전(0.25%포인트) 보다도 역전폭이 더 커지는 것이다. 미 연준이 남은 두 차례 회의인 11월과 12월에도 0.25%포인트씩만 올린다고 가정해도 미국의 연말 금리는 3.75%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이 높아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의 회의 모두 금리를 올리더라도 연말 최종금리가 3.0%가 된다. 미 연준이 9월 이후에도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긴축 속도에 따라 한미 금리가 연말 0.75~1.25%포인트 등으로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금리 격차가 커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원화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한은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될 경우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상당폭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5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9월 FOMC, 중국 정치 이슈, 유럽 에너지 문제 해결 방안 같은 국외 변수에 대한 영향 확인이 중요하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가 1%포인트 중심으로 왔다 갔다 했을 때이기 때문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유출로 인한 환율 급등으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미 연준 긴축 가속화, 유럽발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금융위기 때 수준까지 올랐다. 원·달러환율은 지난 23일 1345.5원에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시사하면서 고물가와 고환율 방어를 위해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도 “경기 하방 가능성, 미 연준의 9월 FOMC 결정 이런 것을 보고 0.25%포인트씩 계속 올릴지, 어떻게 조정할지를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기 때문에 당분간 0.25%포인트를 올리는 결정을 유지한다”며 “한은이 예상하고 있는 경로를 벗어난 충격이 오면 원칙적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수는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통상적으로 ‘당분간’은 3개월을 의미하는 데 다음달 FOMC 이후 미 연준의 향후 긴축 기조를 보고 ‘빅스텝’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가 0.75~1.0%포인트로 큰 폭 벌어졌을 때 시장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미 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진 다면 한은 입장에서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며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하고 11월과 12월에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면 한은의 스탠스도 달라져 추가 빅스텝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물가가 내년에도 5~6%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년에도 1~2회 정도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한은이 추정하는 중립금리 레벨에 들어온 상황에서 이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까지 추가 인상을 단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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