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 홀 연설에서 폭탄 발언을 했을 때, 시장 반응이 달랐습니다. 발언 직후 전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기는 했지만 이후 회복력에서 큰 차이가 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당황한 주식시장
26일(현지시간) S&P500, 나스닥, 다우존스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4%의 낙폭을 보이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요. 주식시장이 은근히 기대했던 ‘균형 잡힌’ 연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스테이스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CIO 마이클 아론은 “투자자들은 순진하게도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로 전향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정반대로 파월은 인플레 파이터임을 강조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파월 발언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S&P500 지수는 6월 저점보다는 11% 상승한 상황인데요. 향후 기업 실적이 위축될 경우 주식시장은 후퇴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 눈치챈 채권시장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습니다. 잭슨 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월가를 ‘응징’한 26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023%에서 3.034%로 올랐습니다.(채권 가격 하락) 고작 1bp 올랐죠.
연준의 금리 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372%에서 3.391%로 2bp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1~2bp는 평소 시장 움직임 입니다.
채권시장도 파월 연설이 진행되는 8분 간 요동을 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률 상승 폭이 줄어들었습니다. 주식시장 낙폭이 점점 더 확대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 채권시장은 왜 놀라지 않았나
채권 트래이더들은 왜 파월 연설에 놀라지 않았을까요?
첫째, 채권 수익률이 미리 올랐습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 아래로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3% 위로 올라왔습니다. 파월 의장이 잭슨 홀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을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요.
허틀 캘러한의 차석 CIO 브래드 콘거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해 매파적인 말을 할 것을 채권 트래이더들은 예상하고 있었다. 파월은 물가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고, 물가를 끌어 내릴 필요가 있다.”
둘째, 연준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Fed Fund)의 방향을 예측하는 선물 시장이 채권 트래이더들의 가이드 역할을 했습니다.
FF선물은 현재 6대 4의 확률로 9월에 75bp 인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 연설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더 확고해졌죠. 어느 정도 답을 알고 시험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뱅가드의 채권 운용 매니저 브라이언 퀴글리는 “내년 또는 내후년 연준이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달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파월 연설은 시장에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셋째, 9월에 나올 경제 지표 쪽으로 채권시장의 초점이 이동했습니다. 파월 의장도 수 차례 언급했듯이 앞으로 나올 경제 지표가 중요합니다. 다음주 금요일 나올 8월 고용지표와 9월 13일 나올 소비자물가에 따라 채권시장은 기민한 대응을 준비 중입니다.
퀴글리는 “75bp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채권 수익률이 어디에 위치하게 될 것인지 상당히 드라마틱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채권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지켜보면, 연준의 패를 보다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살길 찾는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시장은 주식, 채권과 달리 주말에도 돌아갑니다. 잭슨 홀 충격파 이후 비트코인은 2만 달러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외부의 거시 경제적인 변수 외에도 9월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라는 초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머지 업그레드와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9월 20, 21일) 날짜가 겹치기까지 합니다.
주식처럼 기업 실적을 보면서 베팅 수위를 조절할 수도 없고, 채권처럼 거시 지표에만 온전히 매달릴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긍정적인 재료로는 머지 업그레이드에 대한 시장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것이죠. 매우 난해한 기술적 위험이 있지만 머지 업그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를 부여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대체 투자 자산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주무대에 올라있는 것이 아닌 만큼 기관이나 개인 자금이 신규로 유입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주식과 채권이 흔들릴 때 강력한 대체 투자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눈치 빠른 채권시장을 주시하면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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