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월 의장, ‘매파적 발언’ 아끼지 않아
경기 침체 동반 인플레이션 억제 불가피
민간소비 개선됐지만 수출 둔화 등 영향
선제적인 대응에도 국내 경기 침체 우려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기업과 가계 고통도 불가피하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발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국내 경기 둔화도 불가피해졌다.
2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6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공격하기 위해 중앙은행인 우리의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는 불행히도 비용이 따른다. 그러나 물가 안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게 현재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미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두차례 밟고도 높은 금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이다. 최근 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등 지표가 다소 개선되며 올해 말 쯤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에 한 달간의 (지표) 개선은 매우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왔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여건 상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발 에너지 위기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0%대 성장을 이어왔는데 이 때문에 한국은행도 지난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 회복에도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제 여건 악화로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아졌다. 내년은 기존 2.4%에서 2.1%로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2분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민간 소비가 3% 늘었지만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재확산과 글로벌 경기 부진 등으로 소비,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경제는 주요 선진국에서 8~10% 수준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며 “국내 경기 우려를 보면 아직까지는 소비 개선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국의 성장세 약화 영향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하방위험이 종전보다 커졌다”고 언급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들어 한국 소비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한 자릿수 중반을 웃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은은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등 제약적 소비 여건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수출은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며 “선제적으로 수출이 둔화되기 시작한 가운데 소비 경기의 경로에 따라 경기 하강 깊이가 달라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일각의 경기 침체 우려,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민간 소비와 수출 중심의 회복 모멘텀을 지속하고 있다”며 “4분기부터는 선진국 경기 둔화 등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세가 위축되겠으나 한은이 전망한 연간 2.6% 성장률은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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