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최근 시중은행을 통한 해외송금액이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검사 대상 은행을 확대하면서 수상한 거래로 파악된 해외송금 규모도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이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시중은행 해외송금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에서는 3998.1억 달러 규모의 해외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 기간 우리은행은 3440.3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KB국민은행 1228.3억 달러, 신한은행 1074.5억 달러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은 304.9억 달러로 이들 5대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송금액은 1조46.1억 달러에 달한다. 이날 환율 기준으로 1350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SC제일은행은 946.3억 달러, IBK기업은행은 660.6억 달러의 해외송금이 상반기 각각 이뤄졌다. 이들 은행을 합한 7개 은행의 해외송금액은 1조1653억 달러로 1567조원 규모가 된다.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의 해외송금액은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60.6억 달러에서 하반기 263.3억 달러에 이어 올해 상반기 304.9억 달러로 불어났다.
이 기간 SC제일은행은 780.7억 달러에서 863.6억 달러에 이어 946.4억 달러로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579.9억 달러, 659.7억 달러, 660.6억 달러 순으로 늘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5대 시중은행의 이상 해외송금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농협은행에 검사역을 투입해 해외송금과 관련한 대대적인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
이번 검사에는 SC제일은행도 포함됐다. 지방은행의 경우 서면조사 진행 후 필요할 경우 현장 검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시중은행을 통한 이상 외화송금액은 계속해서 불어나는 추세다. 금감원 검사 결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는 33억9000만 달러, 4조4000억원 규모다. 당초 은행이 보고한 20억2000만 달러, 2조1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은행 자체점검에서 확인된 이상 외환송금 의심거래는 31억5000만 달러, 4조100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금감원이 현재까지 파악한 이상 외환송금은 지난달 중간점검 결과 7조원대에서 8조50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이상거래 유형으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가상자산 연계 의심 거래가 꼽힌다. 가상자산거래소 연계계좌 운영 은행(신한은행·전북은행·농협은행·케이뱅크)을 중심으로 입금 거래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제3자 송금 시 외국환거래법상 한국은행 신고의무를 위반하거나, 업체 업력·규모 대비 대규모 송금이 이뤄져 불법성이 의심되는 거래도 파악됐다. 타 업체와 대표가 동일하거나 사무실·일부 직원들이 중복되는 등 실재성이 의심되는 거래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대규모 이상거래가 나타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는 검사 완료 시까지 더 증가할 수 있다”며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