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 높아져
#코스피, 파월 매파적 발언에 2.2% 하락해 2420선으로
#원화가치 하루 새 1.41% 하락…2년5개월래 최대 하락폭
#정부 “쏠림 현상 대비…당분간 모니터링”
[서울=뉴시스] 류난영 류병화 기자 =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1350원을 넘어섰고, 국채 3년물 금리도 다시 3.6%를 돌파하는 등 발작 증상을 보였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2%대 급락했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1.3원) 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마감했다. 장 마감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하루 새 1.41% 나 하락했다. 이는 2020년 3월 23일(-1.57%)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하락한 것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20원 급등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2원 오른 1342.5원에 개장한 후 장중 1350.8원까지 올라갔다. 지난 23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46.6원)을 4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4월 29일(135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109선을 넘었다. 미 동부시간으로 29일 오전 2시30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0.46% 오른 109.30선에서 등락중이다. 2002년 6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구두개입성 발언에도 환율 급등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방기선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시장상황정검회의를 주재하고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최근 우리 금융시장이 미국 등 주요국 금융시장과 동조화가 심화된 측면이 있으므로 당분간 시장 상황에 대한 주의 깊은 모니터링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매파 기조가 확인돼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를 꺾을 수 있는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반면 유로화의 추가 약세 흐름은 강화될 수 있어 달러화 가치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불안한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1400원 돌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채 금리도 발작 증상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0분 장 마감 기준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28%포인트 오른 연 3.653%,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99%포인트 오른 3.715%를 기록했다. 3년물 금리가 3.6%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6월 23일(3.608%) 이후 두 달 만이다. 같은 달 25일(3.66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물 금리는 0.148%포인트 오른 3.683%를, 5년물은 0.146%포인트 오른 3.761%를 기록했다. 20년물은 0.106%포인트 오른 3.658%를, 30년물은 0.087%포인트 오른 3.589%를 기록중이다. 이날 국채 금리는 전 구간 큰 폭 상승했다.
코스피도 장 초반부터 급락하면서 2.2% 하락해 2420선으로 후퇴했고, 코스닥도 2.8% 급락한 779선까지 밀려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81.03)보다 54.14포인트(2.18%) 내린 2426.89에 장을 닫았다. 지수는 전일보다 1.97% 내린 2432.06포인트에 출발해 장중 낙폭을 유지하며 거래를 종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5589억원, 463억원을 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홀로 600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02.45)보다 22.56포인트(2.81%) 하락한 779.89에 거래를 종료했다. 지수는 전일보다 2.74% 내린 780.48에 출발해 낙폭을 유지하며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 기관은 홀로 159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25억원, 671억원을 매도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의 파월 미 여준 의장 발언에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할 때 까지 경계에 부담이 될 정도의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강력히 사용할 것”이라며 “또 한번 이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높은 금리와 성장 둔화, 약해진 노동시장 여건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사이 가계와 기업에도 일정 부분 고통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를 둔화시킬 정도의 높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메시지로 9월에도 7월 수준인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물가 지표가 다소 둔화하며 올해 말께 금리 인상을 완화할 것이라는 파월 피봇(정책전환) 기대가 사라졌다.
파월 의장 연설 이후 미 증시 3대지수 모두 3%대 급락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6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3.0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3.37%, 3.94% 폭락했다.
다음 달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28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68.5%로 나타났다. 파월 연설 이전인 26일 61.0%와 비교해 7.5%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진행됐으나 앞으로 그 강도가 약해지거나 방향성이 반대로 달라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당장 내달 2일 미국 고용보고서가 발표되기 전까지 금리 상승에 취약한 업종은 피하면서 매크로에 무관한 업종 중심으로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hwahw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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