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카카오뱅크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에 실명계좌를 제공하기로 제휴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가상화폐 업계 1위인 업비트가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은 후 비약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인 바 있기 때문이다.
3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카카오뱅크가 코인원과 실명계좌발급 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인 가상자산 업계 진출을 알렸다. 코인원은 카카오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제휴를 맺음으로써 업비트에 이어 두 번째로 인터넷은행을 실명계좌발급처로 둔 코인거래소가 될 예정이다.
앞서 케이뱅크가 지난 2019년 6월 업비트와 손을 잡음으로써 양사가 시너지가 폭발했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코인원이 빗썸을 제치고 업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대. 명실상부 국내 최대 가입자 수를 자랑하는 업비트도 애초부터 일등은 아니었다. 3년 전 실명계좌 계정 은행을 기존 IBK기업은행에서 케이뱅크로 갈아타면서 성장에 본격적인 가속도가 붙었다. 케이뱅크 제휴 이전까지는 빗썸과 업비트가 1위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지만, 케이뱅크와 함께한 뒤로는 압도적인 차이로 업비트가 업계 1위에 오른 것이다.
업비트-케이뱅크 체제의 시너지 효과는 코인 붐과 함께 극에 달했다. 지난 2020년 말 219만명이었던 케이뱅크 고객 수는 지난해 말에는 717만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해 한 해에만 고객 수가 500만명 가까이 늘어드난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비트코인이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이며 코인 열풍이 불자, 비교적 계좌 개설이 간편한 케이뱅크를 통해 업비트로 코인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외형 성장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출범 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실적 흑자(225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이익을 넘기기도 했다.
코인 거래소들과 인터넷 은행의 궁합이 잘 맞는 데에는 코인 거래소의 주 이용층이 비대면 거래가 익숙한 2030세대기 때문이다. 인터넷 은행들 태생부터 비대면 환경으로 생겨나, 주요 고객층 역시 20~40세 사이의 젊은 세대다.
코인원의 손을 잡은 카카오뱅크의 위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인터넷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 은행 중에서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월간순이용자 규모만 130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중 2030세대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51%로 절반을 넘어섰다.
코인원의 기존 실명계좌 발급 계약 은행인 NH농협은행은 현재 로펌을 통해 코인원과 계약과 관련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25일 1년 단위의 재계약을 완료했기에 현재 기준 계약기간이 7개월이나 남아 있는 이유에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로펌을 통해 코인원과의 계약과 관련한 법적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며 “계약 해지를 할지 다른 방안을 제시할지는 정해지진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방지(AML)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기에 1거래소 2은행 체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NH농협은행은 코인원과의 실명계좌발급 계약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두 개의 은행이 연결될 경우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려워지기에 불법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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