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에 거주자외화예금 한 달간 4조원 넘게 늘어
#미국 3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강달러 지속 전망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외화예금을 유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달러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1346.7원에 마감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환율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하루 새 20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1350원을 돌파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강달러 흐름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맞물려 환율이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외화예금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앞으로 달러가 계속해서 더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903.8억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3.2억 달러 증가했다. 달러화예금이 28.6억 달러, 유로화예금이 5.7억 달러 규모 각각 늘었다. 전날 기준으로 환산하면 4조47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거주자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말한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이 815.9억 달러로 한 달 새 24.4억 달러 증가했다. 이 기간 외은지점은 87.9억 달러로 8.8억 달러 불어났다.
원달러 환율은 6월 평균 1280.8원에서 7월 1307.5원으로 26.6원 오른 바 있다. 이달에도 상승세를 지속해 1350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외화예금 유치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26일 기준 약 583억 달러로 올해 들어 19억 달러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32억 달러 늘어난 규모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세일즈앤트레이딩)센터 리서치팀장은 “고물가, 고금리, 고부채의 글로벌 3고시대 위험이 더 가시화되는 가운데 잭슨 홀 미팅에서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적인 고금리 환경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소 팀장은 “펀더멘털과 괴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미 달러 독주에 전 세계 통화가 끌려가는 상황”이라면서 “유럽, 중국 등도 미국과 더불어 동반 침체 위험에 노출되며 달러를 제어할 상황이 아닌 만큼, 당초 1350원으로 제시한 하반기 상단이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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