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수준까지 오른 환율…장중 연고점
#한은 “위안화 약세·무역수지 적자 영향 커”
#”달러 매도 실개입 필요하지만…외환보유액 우려”
#외환보유액 IMF 적정 수준 아래로…역대 최저
#외환보유액 올 들어 230억 달러 감소
# “외환보유액 전세계 9위…문제 없어”
#전문가들 “외환보유액 줄면 외환위기 올수도”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연일 연고점을 갈아 치우면서 2009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올라서자 외환당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개입 강도를 높여 달러 매도 등 실개입에 나서게 되면 실탄인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352.3원까지 치솟으며 지난달 29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50.8원)을 2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위안화 강세로 1330원대에서 마감하긴 했지만 환율은 연일 미국 긴축 소식 등 대외 여건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이 크다. 또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위안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은 최근 원화 약세에 대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변화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중국 경기침체 우려,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 달러화 강세를 저지할 만한 요인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 상승할 수 있는 재료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1400원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려면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기준금리 인상 가속 등이 필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쉽지 않다.
외환 당국은 앞서 23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345원을 돌파하자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공식 구두개입을 내놨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26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근 대외 여건이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외환시장 심리의 일방향 쏠림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장에 쏠림이 발생하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적기에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기시 ‘실탄’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6월 4개월 간 234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7월 들어 반짝 늘어나기는 했지만 경제 안전판 역할 하는 외환보유액 감소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의 5%,유동 외채의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외환보유액 비중이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어 외환당국이 매도시장 개입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외환당국은 현재의 외환보유액 수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IMF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고 걱정하는데 내가 IMF에서 왔다”며 “IMF 어느 직원도 우리나라에 적정수준 대비 150%까지 외환보유액을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전세계 9위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큰 국가의 경우 그런 기준은 의미가 없고, 150% 기준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외환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급등이나 급락 등 시장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일정 방향으로 쏠리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사용해 달러를 사거나 팔아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외환당국은 관계자는 “쏠림현상이 있을 때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입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개입은 필요하지만 달러 매도를 통한 실개입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으로 보이고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무약수지 악화 등으로 환율은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로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 면서 환율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14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수준의 구두개입은 전혀 효과가 없고 추세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닌 과도한 변동성을 막기 위해 달러 매도를 통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이렇게 되면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다른 국가들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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