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돈은 어디로 갔을까? 파산한 ‘보이저 디지털’ 보니 “규제는 제대로 없고 함정은 천지더라”
[블록미디어 스탠리 최 기자] 쓰리애로우캐피털과 테라UST의 붕괴로 인한 연쇄반응으로 암호화폐 대출기관인 보이저디지털(Voyager Digital)도 파산 위기에 몰렸고, 보이저에 예치한 개인 투자자들은 갑자기 ‘무담보 채권자’로 전락해 토큰도 상환받지 못하게 됨으로써 중앙화된 기관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기사는 XREX의 위험 관리 이사인 마이클 싱(Michael Shing)이 작성한 글을 요약한 것.
2022년이 9월로 접어든 가운데 올해는 테라(Terra) UST의 몰락,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Three Arrows Capital)과 암호화폐 플랫폼 보이저 디지털(Voyager Digital)의 연이은 파산 등 일련의 큰 사건 여파가 끊이지 않는 골치 아픈 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파산에 빠진 중앙화 거래소가 개인 투자자인 개미들에게 미친 피해다. 지금까지 개미들이 입은 피해 규모와 위력은 과거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블록파이(BlockFi), 셀시우스(Celsius), 보이저(Voyager) 등 기업들이 줄파산하면서 출금이 강제로 중단되자 개인 투자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사들을 매체에서 접해야 했다.
소송이 시작된 지금, 누군가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암호화폐 대출 기관은 정확히 왜 실패했나? 고객의 돈은 어디에 있나? 개미들은 앞으로 어떻게 자산을 보장받을 수 있나?
우리는 보이저 디지털의 파산 신청에서 드러난 공개 정보를 통해 몇 가지 예비 답변을 하려 한다.
# “보이저, 사용자 자산 FDIC(연방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보장된다” 해놓고… 거짓말
표면적으로 보이저 디지털은 자격을 갖춘 비즈니스 기관의 수 많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보이저는 캐나다 토론토 증권 거래소에서 VOYG라는 코드로 상장된 기업이다. 회사의 CEO 스티븐 에를리히(Stephen Ehrlich)는 과거 전통 금융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모건스탠리 자회사인 온라인 트레이팅 플랫폼 E*TRADE의 CEO도 역임했다.
보이저의 공식 웹사이트는 스스로를 ‘공개 거래, 라이선스, 규제를 적용받는다. 정직과 투명성이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히고 있다. 전통 금융은 이미 비교적 건전하고 성숙한 종합 규제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지만 암호화폐 산업은 아직 이를 갖고 있지 않다. 보이저 자체의 위험 공개 성명에서도 “암호화폐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규제가 없거나 최소한으로 규제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이저의 마케팅 전략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사용자 자산이 FDIC(연방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보장된다는 메시지다.
그들은 “당신의 달러는 FDIC 보험에 가입한 우리의 은행 파트너인 메트로폴리탄 상업은행(Metropolitan Commercial Bank)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당신이 보이저(Voyager)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 전부가 보호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이저는 앞부분 절반만 당신에게 알려줬다. 뒷부분 나머지 절반은 이렇다. “메트로폴리탄 상업은행이 파산하면 그 자산은 FDIC에 의해 보호되지만, 만약 보이저가 파산한다면 이는 다른 문제다”.
포브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FDIC는 보이저의 허위 광고와 거짓 설명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 개인 투자자들, 보이지 디지털과 스테이블 코인 믿었는데…과장!
보이저의 파산 문건에 따르면, 쓰리애로우캐피털은 2022년 6월 총 15,250비트코인과 3억 5,000만 달러의 대출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기록한 것으로 나온다. 2022년 1분기 공시를 기준으로 이 대출은 보이저 디지털 대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대출은 무담보 대출일 뿐만 아니라 단일 거래 상대방에게 과도한 위험이 집중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또한 문건에 따르면 보이저의 상위 50개 무담보 채권 중 절대 다수는 9,771,026.39달러부터 955,417.27달러 사이의 고객이 채권자로 청구한 금액이다. 이 정도 금액은 기관 투자자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개인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 더 적은 금액의 채권자는 불보듯 뻔하다.
인터넷에는 한달 앞서 망한 테라(Terra) UST 때와 마찬가지로 분노하고 심지어 본인의 파산에 관한 수 천 가지 글이 올라와 있다. 로라 신 기자는 제스 아치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취재했다.
보이저 고객이었던 아치(Archie)는 광고에서 USDC를 스테이킹하면 연간 9%의 보상을 준다는데 매력을 느꼈고 다른 암호화폐보다 스테이블 코인이 안전하고 변동성이 적다고 믿고 보이저에 자산을 넣었다. 아치는 이제 보이저의 수 많은 무담보 채권자 중 한 명이 되었다. 파산 소송에 묶인 7만 달러 이상의 자산은 원래 그녀가 자신과 두 자녀를 위해 부동산을 구입하려던 계약금이었다.
# 예치금이라도 다 같은 예치금이 아니다…함정!
암호화폐를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에 예치하는 것은 FDIC가 보장하는 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이제 대부분 알게 됐다.
지난 5월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하면 사용자의 자산은 어떻게 되느냐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바로 코인베이스(Coinbase)가 분기별 10-Q 보고에서 “사용자의 암호화폐 자산이 파산 절차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고객은 무담보 채권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이저(Voyager)는 사용자 계약에서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고객은 다음을 분명히 이해하고 인식합니다. 고객, 보이저 또는 수탁인이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고객의 암호화폐 처리는 불확실하고 보장되지 않으며, 고객이 무담보 채권자로 간주되거나 고객 또는 고객의 암호화폐 전부가 상실되는 데 그치지 않으며,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이저는 동일한 사용자 계약서 제5.D의 ‘재가설 동의(Consent to Rehypothecate)’에 따라 그들이 임의로 고객의 예치 자산을 고위험 대출 비즈니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쓰리애로우캐피털에게 무담보 대출을 해준 것도 이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얼마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고객이 보이저 디지털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잔액이 아름답게 디자인된 모바일 앱에 나타난다. 고객이 모르는 사이 플랫폼은 고객 자산을 제3의 헤지 펀드에 대출하는 것을 포함해 이 펀드를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이 중앙화 거래기관에 들어오면 합산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내 자산 중 어떤 것이 담보나 대여되고 있는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파산 후 보이저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계정에 암호화폐 잔액이 있는 고객은 암호화폐를 돌려받긴 하되 다음을 포함한 자산 조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계정에 있는 암호화폐, 쓰리애로우로부터 회수한 수익, 구조조정 후 신규 회사의 보통주와 보이저 토큰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러한 솔루션은 고객의 원래 자산 잔액과는 거리가 멀다.
# 고통스럽지만 똑똑히 기억해둘 교훈
아치와 같이 분명한 위험 의식이 있는 개미도 자신의 암호화폐 예금이 은행 예금처럼 보장될 것으로 철썩같이 믿었지만 평생 저축한 돈을 날리고 말았다.
은행 예금이라고 해서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도 예금 5천만원까지만 예금자 보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은 성숙한 법률과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에 따라 운영되다. 은행 파산 시 따라야 할 절차도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으며 예금자는 최소 5천만원까지는 상환을 보장받을 수 있다. FDIC는 “1933년 FDIC가 개설된 이래 예금이 FIDC에 의해 보장된 예금자들은 한 푼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산 예치는 기존 은행 예금과 완전히 다르다. 주요 차이점은 하나는 규제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엄격히 규제된다는 것이다.
소매 투자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규제 기관의 명확한 규제는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가 그나마 안전하고 건전한 운영 표준과 적절한 규정을 수립하는 지침이 될 수 있다.
또한 규제 메커니즘은 사용자가 자금이 어떻게 보관되고 보호되는지, 사용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거래소에 예치된 자산에 대해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는 스스로 기준을 높여야 한다. 암호화폐의 유명한 격언 “키가 없으면 코인도 없다(not your keys, not your coins)”라는 말이 있지만, 거래소에 맡겨진 암호화폐는 이미 개인의 손을 떠난 것이다. 따라서 보다 투명하고 엄격한 법률과 규정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
중앙화 거래소는 슬로건을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한다.
“당신에게 개인 키는 없지만 모든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황, 심지어 파산 시에도, 당신의 코인은 여전히 당신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