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역적자 94억7000만 달러…역대 최고
한은 “무역적자, 원자재 수입국 공통 현상”
유가 10달러 하락시 무역수지 90억 달러 개선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무역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3~4개월 간 이 같은 무역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6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 및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당분간 무역수지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수출 둔화와 수입 증가에 따라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당분간은 3~4개월을 뜻한다.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는 금년 들어 원자재가격 상승 등에 따라 적자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늘어난 566억7000만 달러로, 수입은 28.2% 늘어난 661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윤용준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최근의 무역적자는 원자재 수입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원자재가격이 안정될 경우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IT·자동차·선박 등 주력품목 수출은 글로벌 경기와 동행하나 친환경·디지털화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연평균 10 달러 하락시 무역수지는 직접적으로 연간 90억 달러 내외의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무통관수출 증가 등으로 연간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차장은 “무역적자 지속에도 무통관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 흑자 등으로 경상수지가 연간으로는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월별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교역여건상 주력 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불가피하겠지만 투자여건 개선,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해 국내 기반 제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무역수지 변동에 대한 기여도를 수출입 단가와 물량으로 분해한 결과 최근 무역수지 악화는 대부분 수입단가 상승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경기부진 등에 따른 수출물량 둔화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1~8월중 무역수지는 전년동기대비 454억 달러 감소했는데, 이 중 단가요인으로 472억 달러 감소하고 물량요인으로는 18억 달러 개선됐다.
수입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 정도(-867억 달러)가 수출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폭(395억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또 올 들어 수출물량의 무역수지 개선효과(165억달러)가 지난해(372억달러)에 비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무역수지 감소폭 454억 달러 가운데 에너지·석유제품(정유)의 단가요인(-353억 달러)이 7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대(對)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단가요인으로, 대 중국은 물량요인(수출 둔화, 수입 확대)으로 인해 악화됐다.
일부 주력품목의 수출 둔화와 해외생산 확대, 수입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도 무역 적자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무역흑자에 크게 기여했던 휴대폰·디스프레이·선박·자동차 수출이 상당 기간 둔화 흐름을 지속하면서 과거 고유가시기(2011∼2013년)와 달리 에너지·광물부문에서의 적자를 충분히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디스플레이가 해외생산, 중국과의 경쟁심화로 감소세를 지속하고 자동차도 해외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정체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품목의 해외생산 확대도 무역수지의 지속적인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 해외생산(매출 기준)은 2010년 2150억 달러에서 2019년 3680억 달러로 1.7배 증가했고 국내 제조업체의 해외생산 비중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약화되나 가공·중계무역이 증가하고 해외투자에서 이자·배당소득이 발생하면서 경상수지에서는 영향이 일부 상쇄됐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참여 확대로 생산구조상 중간재 수입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 확대시 순수출 증대효과가 축소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IT·기계장비·전기장비 등에서 중간투입재중 수입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IT부문의 생산·투자 확대로 반도체 제조장비, 이차전지 관련 수입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석유류 제외 총수입이 자본재를 중심으로 장기 추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기계류중 반도체장비 수입 비중은 2017~2018년 평균 31.6%였으나 지난해 37.3% 늘어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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