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375.4원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1375원을 넘어서며 1거래일 만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이달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전까지는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14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13분 현재 전 거래일(1371.4원) 보다 3.7원 오른 1375.1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4원 내린 1369.0원 원에 개장했다. 장 초반 1364.4원까지 내려가며 전날 상승폭을 일부 되돌렸으나 오후 들어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1375.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전날 기록한 장중 연고점(1375.0원)을 1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한 것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4월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1일 하루 새 17.3원 급등하며 연고점을 넘어선 후 4거래일 연속으로 연고점을 다시 쓰고 있다.
미 동부시간으로 6일 오전 1시19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0.12% 오른 109.67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가치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의 목표수준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한 이후 연일 치솟고 있다.
오전에 하락 전환하는 듯 했던 환율이 오후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인 것은 위안화 약세 영향이다.
이날 한국시간으로 오후 2시53분 현재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대비 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0.11% 상승한 6.9402 위안을 기록중이다. 달러·위안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1달러당 6.9위안을 넘어서며 1달러당 7위안선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지준율을 낮췄지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시장가 대비 낮은 수준의 환율을 고시하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사례가 있어 투자자들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5일(현지시간) “다음달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외환지준율을 기존 8%에서 6%로 2%포인트 낮춘다”고 밝혔다.
외화 지준율을 낮추면 민간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의무 외화량이 줄기때문에 시중에 달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해 위안화 가치 급락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의 외환지준율을 인하는 지난 4월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당시 상하이 봉쇄로 외화 유출 우려가 나오자 외화 지준율을 9%에서 8%로 낮춘 바 있다.
유로화는 장중 한 때 1 달러당 0.99 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2002년 12월 이후 근 20년 만에 0.99 달러선이 붕괴됐다. 유로화는 전날 1 달러 당 0.994 달러에 마감했다. 유로화는 지난달 22일 부터 ‘1달러=1유로’인 패리티(등가) 붕괴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앞서 독일로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가스 공급 재개를 하루 앞두고 가스 누출이 발견됐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 증시가 ‘노동절’ 연휴로 휴장한 가운데 유럽증시는 러시아 가스공급 중단 소식에 하락 마감했다.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전장보다 282.49포인트(2.22%) 하락한 1만2760.78로 마감했고, 프랑스 파리 CAC40 지수는 74.29포인트(1.20%) 내린 6093.2에 마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중국이 전날 외환지준율 인하하면서 장 초반에는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며 환율 상승폭이 일부 되돌려 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다시 위안화가 약세를 보였다”며 “여기에 노동절 연휴로 휴장했던 미 증시가 개장하면서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자 위안화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달 열리는 미 연준의 FOMC 회의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연준의 긴축 스탠스를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인 데다 달러-위안 환율이 중국 경제와 미-중 금리차 재역전을 반영해 6.9위안대를 기록하고 있고, 한국 8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진 것도 원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어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