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이번달 1~7일 46.6원 올라
13년 5개월 만에 환율 1380원 돌파
올 들어 원화 16.4% 절하, 일본 다음으로 약세
미 긴축·무역적자·위안화 약세가 주범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원화 가치가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미국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이 가장 크지만 위안화·엔화 등 아시아 지역 통화 약세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마저 적자가 예상되는 등 ‘쌍둥이 적자’ 우려가 나오고 있어 다른 통화 보다 더 큰 폭 하락하고 있다.
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번 달 들어 지난 7일까지 무려 46.6원이나 올랐다. 지난 7일에는 1384.2원에 마감하면서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13년 5개월 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는 등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화 가치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16.43% 고꾸라졌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14.59%나 뛰어 올랐다. 원화 가치 하락은 전세계 주요국이나 주변국 보다 더 가파르다. 같은 기간 25.09% 하락한 일본 엔화를 제외하고, 영국 파운드(-17.21%), 유로화(-13.71%), 중국 위안화 (-9.66%), 캐나다 달러(-3.78%), 싱가포르 달러(-4.16%) 보다 더 하락폭이 크다.
최근 원화 약세 원인의 원인은 크게 ▲미 긴축에 따른 달러 강세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 적자 가능성, 이에 따른 쌍둥이 적자 우려 ▲위안화·엔화 등 아시아 통화 절하 ▲한·미 금리 역전과 자본유출 ▲국민연금·서학개미 해외 투자 확대 등이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경기지수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고강도 긴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실업율 상승 우려에도 인플레이션의 목표수준 안정이 확인되기 전까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이번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표인트 올리는 등 세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80.0%로 나타나는 등 일주일 전 75.0%와 비교해 큰 폭 높아졌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 질 경우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더 높아지는 등 한미 내외금리차가 확대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이로인해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최근엔 원화가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등 아시아 통화 약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 경제가 수출 등에서 대 중국 의존도가 높다 보니 위안화 가치의 상승, 하락과 원화 가치가 거의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도시봉쇄, 부동산 업황 부진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미진한 경기부양책도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7일(현지시간)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대비 달러 환율은 전장대비 0.19% 상승한 6.9650 위안에 마감했다. 달러·위안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1달러당 6.9위안을 넘어서며 1달러당 7위안선을 위협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더 심각하다. 같은 날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3.70엔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이날 장중 한때 145.0엔까지 상승했다. 장중 고가기준으로 1998년 8월 25일(145.05엔) 이후 2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엔화 환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엔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 쌍둥이 적자 우려 등으로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무역수지는 94억7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또 한은에 따르면 경상수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7월 11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면서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한은은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8월에는 상품수지는 물론, 경상수지도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통합재정수지 역시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인 ‘쌍둥이 적자’ 공포가 현실화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은은 원화 약세 원인으로 미 금리인상,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위안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등을 꼽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변화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중국 경기침체 우려,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과 서학개미 등의 해외 투자 확대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17.5%인 국내 주식 비중을 2027년까지 14%로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은 27.1%에서 40.3%로 높일 방침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월 환율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의 해외자산 보유 규모가 가치 평가 상승 효과로 2700억 달러에서 3300억 달러로 지난해 600억 달러 증가했다”며 이례적으로 원화 약세 이유를 언급했다.
내국인의 해외증권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7월 내국인의 채권과 주식을 합한 해외 증권투자 규모는 388억2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 흑자 규모(258억7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한 금통위원은 이와 관련 “국민연금과 개인을 중심으로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면서 외환 유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주로 현물환 매수로 조달하고 있어 해외증권투자로 인한 환율의 구조적인 절하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화 약세가 단순히 미 연준의 금리인상만 달러 강세 ‘트리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위안화 약세, 일본과 미국 금리차로 인한 엔화 약세, 한국 무역 수지 악화 지속 등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흥국생명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를 밀어붙인 가장 큰 요인은 위안화 약세로, 락다운에 따른 중국 경기침체 우려와 이로인한 위안화 약세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한ㄱ구의 최대 수출국으로 원화와 위안화가 동조화 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에서 비롯된 엔화 약세, 한국 무역수지 악화 지속,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무기화 가속 등 달러 고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 강세가 전환되는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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