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인플레이션 공포감에 원·달러 환율이 장 시작부터 20원 넘게 뛰어 오르는 등 1390원을 넘어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6분 현재 전 거래일(1373.6원) 보다 20.4원 오른 1394.0원에 거래중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개장해 장중 1394.8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7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88.4원)을 3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4월 1일(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또 같은해 3월 31일(142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가치는 다시 109선으로 올랐다. 13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1.20% 오른 109.620에서 거래됐다.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간 밤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것이란 공포가 이어졌다.
미 노동부는 13일 8월 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전월 대비 0.1% 올랐다고 밝혔다. 전달 기록한 8.5%보다는 상승률이 둔화된 수치이긴 하지만 시장 전망치(8.0%)를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던 기대가 어긋나면서 충격이 커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강해지고 길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면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금리 인상 기대가 사라진 대신 0.75%포인트나 1.0%포인트 인상 기대가 높아졌다. 실제로 13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67.0%로, 1.0%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33.0%로 나타났다. 미 CPI 발표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0%, 0.75%포인트 인상은 91.0%로 내다봤으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미 증시는 3대 지수는 모두 폭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76.37포인트(3.94%) 내린 3만1104.9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77.72포인트(4.32%) 하락한 3932.69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32.84포인트(5.16%) 떨어진 1만1633.57에 장을 마쳤다. 뉴욕 증시는 이날 2020년 6월 이후 하루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대비 1.61% 오른 3.412%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4.75% 폭등한 3.745%를 기록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2001년 9월 5일(3.781%)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8월 CPI 쇼크 영향과 위험회피심리 고조로 1390원 고점을 테스트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잭슨홀 미팅 이후 매파적 스탠스를 강조해 온 연준 입장에서 이번 CPI 결과는 금리인상 행보를 정당화 하는 데이터인 만큼 1390원대 돌입 후 고점 테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1400원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란 점에서 당국 경계와 실개입 가능성은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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