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예상을 웃돌며 고강도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에 마감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3.6원) 보다 17.3원 오른 1390.9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30일(1391.5원)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개장해 장중 1395.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장 시작부터 지난 7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1388.4원)을 3거래일 만에 다시 돌파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도 2009년 3월 31일(1422.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달러 가치는 다시 109선으로 올랐다. 미 동부시간으로 14일 오전 2시 25분 현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0.04% 하락한 109.78선에서 거래중이다.
간 밤 발표된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 될 것이란 공포가 이어졌다.
미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8월 미 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전월 대비 0.1% 올랐다고 밝혔다. 전달 기록한 8.5%보다는 상승률이 둔화된 수치이긴 하지만 시장 전망치(8.0%)를 크게 상회한 수준이다.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던 기대가 어긋나면서 충격이 커졌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미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가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강해지고 길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긴축 강도를 높이면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금리 인상 기대가 사라진 대신 0.75%포인트나 1.0%포인트 인상 기대가 높아졌다. 실제로 14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번 달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66.0%로, 1.0%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34.0%로 나타났다. 미 CPI 발표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0%, 0.75%포인트 인상은 91.0%로 내다봤으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점 기대가 무너지면서 위험자산이 크게 흔들렸다. 나스닥지수가 5%대 폭락하는 등 뉴욕 주요 주가지수가 2020년 6월 이후 2년래 최대폭 하락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은 15년 만의 최고치인 3.745%로 급등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8월 CPI 쇼크 영향과 위험회피심리 고조로 1390원을 넘어섰다”며 “잭슨홀 미팅 이후 매파적 스탠스를 강조해 온 연준 입장에서 이번 CPI 결과는 금리인상 행보를 정당화 하는 데이터로, 1400원 수준을 위협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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