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장중 역전됐다. 3-10년물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에 3년물 금리는 오른 반면, 10년물은 하락한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기 전에 나타나는 일종의 전조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전 11시30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014%포인트 오른 연 3.784%,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17%포인트 내린 3.774%를 기록했다. 이날 3년물 금리는 지난 1일 기록한 연고점(3.778%)을 넘어서는 등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이로 인해 장기물인 10년물 금리가 단기물인 3년물보다 0.01%포인트 낮아지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다. 대표적인 장단기 금리인 3-10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8년 7월 18일(-0.01%포인트) 이후 14년2개월 만이다.
2년물 금리는 0.052%포인트 오른 3.764%를, 5년물은 0.011%포인트 오른 3.789%를 기록했다. 20년물은 0.006%포인트 오른 3.656%를, 30년물은 0.003%포인트 내린 3.591%를 기록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가 침체기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국채금리가 단기물 국채금리 밑으로 내려가는 수익률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난 후 통상적으로 1~2년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다음달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면서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강도 긴축으로 단기물 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한 반면 성장 둔화 우려로 장기물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12월 국채 10년물 발행 이후 3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높았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1월, 1월과 2008년 1월, 7월이 유일하다. 2007년 12월에는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 금리보다 0.11%포인트 올라가기도 했다. 2019년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을 당시에도 2019년 8월 28일 10년물과 3년물 금리가 0.064%포인트까지 좁혀진 바 있으나 역전되지는 않았다.
통화 당국이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예고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다음주 최소 3연속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 우려도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경기회복이 우선이냐, 국민의 실질 임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우선이냐는 논란이 있다”며 “서민의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는 물가를 먼저 잡는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고강도 긴축 경계감이 커지면서 채권시장의 약세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총재가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미 연준과의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 인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성이 있다”며 “한은이 10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인상해 올해 말 기준금리가 3.2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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