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샘 뱅크먼-프리드(SBF)가 이끌고 있는 FTX, 알라메다 리서치에서 투자를 받은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 대표 얘깁니다.
“업무 메일을 보내면, SBF가 바로 답장을 보내와요. 의사 결정과 판단이 신속하죠. 홍콩 사무실에 가보면 SBF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SBF는 진짜 밤낮 없이 일만 해요.”
FTX는 원래 본사가 홍콩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홍콩 시위가 격해지면서 작년에 본사를 바하마로 옮겼습니다. FTX US는 미국 당국의 인허가를 받고 미국인들 대상으로 영업을 합니다. 본체인 FTX는 지금도 미국 시민과 거래를 안합니다. 그런데도 FTX는 1, 2 위를 다투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SBF가 오직 일에만 집중할 수 있고, 신속하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규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FTX US는 철저하게 미국 감독을 받고, FTX 본체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음껏 영업을 합니다.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2강 체제죠. 사실은 1강입니다. 업비트 거래량이 다른 4개 거래소를 압도하니까요. 업비트가, 빗썸이 한 때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수위를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2018년 핵겨울 이전이죠. 2020년 팬데믹이 터지고 진짜 큰 장이 열리니까 글로벌 순위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물론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지금도 수 천 억에서 조 단위로 돈을 법니다. 그런데 암호화폐 산업, 블록체인 산업 측면에서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스스로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비트는 동남아 진출, 미국 진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여러 가지 포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 년 째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사석에서 대형 거래소 경영진들과 얘기를 해보면 글로벌 크립토 월드를 장악(?)하려는 참신한 계획이 많이 있더라구요.
왜 실행을 못하냐고 여쭤봤습니다. ‘다 알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그냥 말씀을 줄이시더군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사업 확장을 위한 해외 송금 조차 자유롭지 못합니다. 세계 시장 공략은 그냥 꿈이죠. 글로벌 크립토 마켓은 국경이 없습니다. 서울의 투자자가 바이낸스, FTX에 계좌를 열고 거래를 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습니다.
반면 미국의 찰스가 업비트나 빗썸에 계좌를 열 수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찰스는 케이뱅크에 원화 계좌를 열 수 없죠. 그럼 암호화폐로 바로 입금하면 될까요?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복잡한 트래블룰을 적용 받는 한국 거래소를 쓸 이유가 없죠.
좋습니다. 금융 당국이 소비자 보호 때문에 이런 조치를 한다면 어쩔 수 없죠. 다 국민들 위한 거니까요. 그럼 국내 거래소가 해외에 법인을 만들어 그 법인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금융 당국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밖에 나가서 돈 벌겠다는데 단지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이유로 “일단 좀 가만히 있어보라. 제도 정비가 될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고만 합니다.
사업에는 다 때가 있습니다. FTX가 지난 봄 테라 사태 이후 괜찮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을 줍줍하는 걸 보십시요. 제도 정비 끝내고, 2~3년 후 국내 대형 거래소들이 밖에 나가면 쓸만한 물건들은 SBF나 바이낸스 창펑자오 품에 다 들어가 있을 겁니다.
FTX가 한국 시장에 들어올지도 모르죠. 제도라는게 국내외 법인에게 공정하게 적용될 테니까요. 내 손발이 묶인 사이에 좋은 물건 다 뺏기고, 안방을 내줘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정책의 대의는 두 가지 입니다. 건전한 시장을 만드는 것과 산업이 발전하도록 지원하는 것. 건전성이 걱정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진행하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는 막지 않았으면 합니다.
FTX의 SBF는 다 알려진 것처럼 김치 프리미엄 차익 거래로 큰 돈을 벌어서 지금과 같은 암호화폐 왕국을 만들었습니다. SBF 자신이 한국 시장 덕을 봤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글로벌 마켓을 대상으로 장사 좀 해봅시다.
국내 대형 거래소들이 한국 시장에 갇혀 몇 푼 안되는(?) 상장 피나 뜯고, 펌프 앤 덤프, 마켓 메이킹 눈감아주며, 잔돈 푼 수수료나 챙겨야 쓰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