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올들어 5차례 구두개입
#전문가들 “실개입해도 1400원은 돌파”
#장중 1399.0원까지 올라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물가 충격으로 환율이 연일 급등하면서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등 연말 1500원 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5.3원 오른 1399.0원에 출발하면서 1400원 턱밑까지 올랐으나 장 마감을 20분쯤 앞두고 반락해 1380원대 후반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예측하기 무섭게 전망치를 뛰어 넘는 환율에 더 이상 상단을 예측하는 것이 무의미해 졌다고 입을 모은다. 1400원 돌파는 이미 기정 사실화된 분위기다. 1990년 환율 변동제 도입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두 차례가 유일하다.
1980년대 이후 강 달러 구간은 이번을 포함해 역대 5차례 있었다. 1981~1985년, 1996~2001년, 2008~2009년, 2014~2015년, 2022년 4월 ~현재까지다. 이 기간은 미 연준의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중국 위안화 파동 등이 있던 시기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은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지수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데다 고용지표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고강도 긴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심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인플레 공포가 지속되면서 미 연준이 다음주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표인트 올리는 등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현지시간)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미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76.0%,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24.0%로 나타났다. 미국이 CPI를 발표하기 전인 일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1.0% 였으나,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사라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11월, 12월 등 올해 세 차례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0.75%포인트, 0.75%포인트, 0.5%포인트씩 올리는 등 연말 기준금리가 4.25~4.5%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폭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은 수준이지만, 다음주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경우에는 미국과의 내외 금리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본이 대거 유출되고, 이로인해 원화 가치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외환당국은 급등하는 환율을 막기 위해 올들어 5차례나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구두개입이 먹히지 않자, 실개입도 나섰다. 1400원 돌파를 위협했던 16일에는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5분 만에 10원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중국 위안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도시봉쇄,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으로 위안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중국 은행 간 거래에서 달러-위안은 전날 마감가인 6.9971위안 보다 상승한 7.0054 위안에 개장했다. 역내 달러·위안이 7.0위안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위안 환율 상승은 그만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홍콩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 환율은 하루 전날인 15일 7위안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들어 급등한 것은 미 연준이 다음주 ‘울트라 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원·달러 환율이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 연준이 내년까지도 긴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연말까지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다음주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공포심이 커지면서 환율이 짧은 기간 큰 폭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성장세 감소를 고려한 연말 환율은 1450원까지로 보고 있지만, 에너지 위기, 물가 상승세 장기간 지속 ,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가 발생할 경우 가능성은 낮지만 15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 강세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환율 급등은 단타 세력들이 상승 모멘텀이 주춤해 지면 차익 실현에 나서고, 다시 배팅하면서 끌어올린 측면이 있는데 미 연준의 최종 금리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1450원까지 올라가거나 그 이상으로 오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 돌파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1400구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가 더 관건”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둔화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전고점인 1570원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2일 1570.3원까지 오른 바 있다. 당시에는 유동성 경색으로 달러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절하됐지만 아직은 외화자금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1400원 수준을 방어하고 있기는 하지만 14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며 “다음주 FOMC에서 향후에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 놓는 등 점도표상 연말 금리 상단이 4~4.5%로 높아진다면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2008년의 경우 달러 경색이 심각해 급등한 측면이 있는데, 현재는 그 정도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고환율은 유지되겠지만 단기적으로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겨울을 앞두고 유럽 에너지 위기, 중국 경제 둔화 등 여러가지 불안 요인이 있어 상단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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