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국내 5개 대형 거래소들의 협의체 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가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 정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친정부, 친규제에 순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DAXA는 기존의 블록체인 협회를 무력화시키고 원화 마켓을 운영하는 5개 거래소들이 따로 만든 단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가 회원사다.
# 입법 로비 활동
DAXA는 국회와 정책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정책 제안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비공식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를 잇따라 만들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제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러한 활동은 암호화폐 시장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DAXA가 관련 법에 어떤 내용을 우선시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블록미디어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DAXA는 ‘공식적인 의견은 아님’을 전제로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감독 당국 주도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아래 사진)
이는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한국거래소라는 중앙 조직이 전담하는 것과 유사하다.
#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첫째, 암호화폐 거래소에 만연한 불공정거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문제점은 알고 있다는 것.
둘째,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이라는 발상 자체는 위험하다. 거래소 유저 커뮤니티의 동의 없이, 감독 당국에게 소비자 보호 책임을 위임(?)하겠다는 것.
셋째, 이 경우 감독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중앙화 거래소의 모든 거래를 센서링(검열)할 수 있다.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당국 주도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DAXA 소속 5개 대형 거래소가 정부 규제를 스스로 불러들임으로써 ‘검열 저항’을 포기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 검열 저항 포기하나?
어떤 거래 행위를 불공정거래로 볼 것이냐는 주식시장의 사례에서 참고적으로 가져올 수는 있다. 문제는 거래소와 거래소 사용자의 합의에 의한 프로토콜이 아닌 외부의 ‘중앙 기관’에 의존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검열’을 상시화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미국의 경우 코인베이스는 코인 스테이킹 서비스를 놓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소송을 불사하겠다며 “검열에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코인베이스가 만든 cbETH 스마트 컨트랙트에 블랙 리스트 기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될 정도다. 블랙 리스트 작성도 검열로 본 것이다.
반면 DAXA는 거래소 고객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그 주체로 ‘감독 당국’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DAXA 측은 해당 정책 제안이 특정 자문위원의 비공식적인 아이디어라고 해명했다. 암호화폐 시장을 바라보는 기본 철학이 중앙화된 기존 증권시장과 다르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DAXA, 공개 토론에 나서야
DAXA는 디지털 자산시장 고유의 특성과 정부 규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공개 토론에는 소극적이다. DAXA 안에서 코인 상장의 표준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를 공론화하는 자리는 애써 피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위원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하는 토론에는 DAXA 사무국장이 직접 패널로 참여키로 했다. 현재 금융위는 증권형-비증권형으로 코인을 구분하고 증권형 코인에 대해서는 기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DAXA가 기존 증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본시장연구원과 규제 권한을 쥔 금융위의 정책에 들러리가 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 자율과 규제 균형점 찾아야
더블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블록미디어와 공동 주최한 정책 토론에서 패널로 참여한 소셜인프라의 전명산 대표는 증권형 코인과 비증권형 코인을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디지털 이코노미로 이행하는 상황에서 코인을 기존의 증권과 사실상 같은 ‘증권형’으로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 제기다.
DAXA 소속 거래소들은 우리나라 암호화폐 거래량의 98% 이상을 차지한다. DAXA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시장의 발전 방향은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 당국의 규제안에 끌려 다닌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블록체인의 철학은 자율과 규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지, 이익을 위해 타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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