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격차 0.75%p 벌어져
#미, 올해 기준금리 4.25~4.5%까지 올릴 듯
#파월 “오늘 같은 큰 폭 인상 또 가능”
#한은 “연준 긴축 강화시 자금유출 우려”
#추가 빅스텝 가능성 높아져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하면서 같아 졌던 한·미 금리가 다시 역전됐다.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을 놓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20~2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2.25~2.5%에서 3.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대가 달성할 때까지 긴축을 멈추지 않겠다”며 “오늘과 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이 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단 기준 같았던 금리가 다시 역전되면서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연 2.5%) 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아졌다.
아직까지는 감내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문제는 앞으로 한·미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준은 이날 공개한 FOMC 위원들의 금리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 3.4%보다 1.0%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또 내년말 금리 전망치도 4.6%로 6월(3.8%) 보다 0.8%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미국이 점도표 수준인 올해 4.5%만큼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남은 두 차례 회의 중 한 차례는 적어도 0.75%포인트 올리고, 한 차례는 0.5%포인트 올리는 등 1.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은이 다음달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11월 0.25% 인상해 연말 최종 금리가 3.25%가 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차가 1.25%포인트 벌어진다. 과거 최대 역전폭(1.5%포인트) 수준과 비슷하다. 한은이 추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지 않거나, 미 연준이 남은 회의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최대 1.75%포인트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파월 의장이 ‘앞으로도 오늘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다음 회의에 베이비 스텝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졌고 최소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콜금리 목표제를 시작한 1999년 5월 이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때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3차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최대 역전폭은 1.5%포인트 였다.
미 연준이 정책 금리를 인상한 기간 중 외국인 투자자금은 108~312억 달러 순유입됐으며,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기간중에도 169~403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기간을 살펴봐도 한-미간 정책 금리차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은은 한-미간 정책금리 역전에도 우리나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 연준의 긴축 강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달라질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의 긴축 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확전, 중국의 경기둔화 심화 등과 같은 다른 리스크 요인이 가세해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되면 대부분의 신흥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금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며 “과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증권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된 사례를 보면, 내외금리차 역전보다는 주로 글로벌 리스크 이벤트 발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한은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는 점진적 통화정책을 예고해 오기는 했지만 미 연준의 긴축 속도가 당초 전망보다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불안,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추가 빅스텝 단행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통위원들 역시 내년에도 긴축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금리인상 사이클이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내년에도 통화정책의 긴축정도를 높여가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향후 국내외 경제흐름의 변화를 보면서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올해 말까지 남은 두 차례의 회의에서도 지금 예상치 못하는 큰 변화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인상기조를 이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미 연준과의 금리 차가 너무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빅스텝 인상을 다시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성이 있다”며 “한은이 10월과 11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인상해 올해 말 기준금리가 3.2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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