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최근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후퇴한 가운데 비트코인/파운드(BTC/GBP)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분석가들이 그 원인을 놓고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코인데스크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인셰어스 리서치 헤드 제임스 버터필이 트위터에 올린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스탬프와 비트파이넥스 두 암호화폐 거래소의 26일 BTC/GBP 거래량은 8억81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년간 하루 평균 거래량 7000만달러의 약 12배에 해당된다. 이날 파운드/달러는 사상 최저인 1.03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는 법정화폐가 위협받을 때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선호하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BTC/GBP의 최근 거래량 급증에 대해 분석가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을 이용한 헤지라는 분석과 함께 일시적 투기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비트파이넥스 분석가들은 코인데스크에 보낸 이메일에서 “BTC/GBP 거래량 폭증은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의 명백한 약세로부터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잠재적 가능성을 강조해준다”고 밝혔다.
메사리의 분석가 톰 던리비도 전날 연구 보고서에서 유사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유럽 투자자들이 영국 파운드와 유로의 가파른 가치 하락 이후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옵서버들은 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 교환된 비트코인과 계약의 전체 숫자가 투자자들의 포지션을 가리키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시장 뉴스 서비스 및 트레이딩 커뮤니티 플랫폼 매크로데지악 닷 컴의 설립자 데이비드 벨은 매수인이 있으면 매도자가 있기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비트코인을 유로나 파운드로 매각하면 (그 화폐 기준) 거래량은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벨은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분석가 겸 트레이더 알렉스 크루거에 따르면 BTC/GBP 거래량 증가는 환율 변동성 때문에 비롯된 현상일 수 있다.
법정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전통적 은행 채널을 사용하지 않고 현금을 해외로 이전해 달러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트레이더들이 (가치가 하락하는) 파운드와 유로를 매각하고 비트코인을 매입하더라도 장기 보유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블룸버그는 파운드를 포함한 주요국 통화들의 향후 예상되는 가격 변동성을 가리키는 내재변동성이 신흥국 통화의 내재변동성 보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경험 많은 트레이더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 대규모 물량을 사고 팔아 이익을 취하는 사례가 많다. 동일한 자산을 서로 가격이 다른 시장에서 동시에 사고 팔아 이익을 얻는 차익거래가 한 가지 사례다. 최근 BTC/GBP 거래량 증가는 인플레이션 헤지라기 보다는 투기세력에 의한 비트코인 매입 결과일 수도 있다고 코인데스크는 설명한다.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카이코의 리서치 디렉터 클라라 메달리는 “우리는 BTC/GBP가 비트코인/다른 법정화폐들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목격했다”면서 “이는 단순한 차익거래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그녀는 “BTC/GBP 거래량 증가가 반드시 비트코인으로의 자산 다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BTC/GBP 거래량은 최근 크게 증가했지만 전체 시장 거래량과 비교하면 아직 매우 작은 규모다. IDEG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오피서 마커스 틸렌에 따르면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BTC/GBP의 순수 거래량은 불과 9500만달러로 BTC/USDT 거래량 95억달러의 1/100 수준이다. 그는 “BTC/GBP 거래가 정말 영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된다면 바이낸스에서의 BTC/GBP 거래량은 훨씬 더 많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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