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각국 미 국채 7조5012억원 보유
#올들어 미 국채 2464억원 순매도
#한국 미 국채 189억 달러 순매도
#한국, 올들어 미 국채 감소폭 2위
#고강도 긴축에 역환율 전쟁 나서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전세계 주요국들이 최고의 안전자산이라 불리는 미국 국채를 내다팔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전세계 주요국 들이 강달러에 맞서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조달하는 ‘역 환율 전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는 7조5012억 달러로 지난해 말(7조7476억 달러) 대비 2464억 달러(3.2%) 줄었다. 2013년 유럽 재정위기, 2015년 중국 금융불안 당시를 제외하고 해외의 미 국채 잔액은 증가세를 지속해 왔다. 올해 들어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강달러가 지속되자 전세계 주요국들이 미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해외의 미 국채 보유잔액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미국 외 개인이나 기업, 기관 등 해외로 이들의 미 국채 보유액은 7조5000억 달러다. 전체 미 국채 잔액의 30.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어 연준 5조9000억 달러(23.8%), 뮤추얼 펀드 3조7000억 달러(14.6%), 연기금 3조4000억 달러(13.5%) 등이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를 내다 팔고,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지속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큰 폭 오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내다 판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미 국채 보유액이 1조687억 달러에서 올해 7월 말 9700억 달러로 987억 달러(9.2%) 줄었다. 중국은 2014년 이후 미 채권 보유액이 꾸준히 줄고 있다. 2014년 초 1조3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올해 5월 9808억 달러로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도 올해 들어 697억 달러를 내다 팔면서 미 국채 보유액이 지난해 말 1조3040억 달러에서 올 7월 1조2343억 달러로 줄었다. 미 국채 보유 상위 3위국가인 영국 역시 지난해 말 6474억 달러에서 6346억 달러로 128억 달러 줄었다. 4위, 8위 미 국채 보유국인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도 각각 214억 달러, 571억 달러 순매도 했다.
전체 해외 미 국채 보유액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미 국채 보유액이 1312억 달러 였으나 올 7월 말 1123억 달러로 올 들어 189억 달러(14.4%)를 순 매도했다. 이로 인해 미 국채 보유국 16위에서 17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미 국채 보유 상위 20개국 가운데 5번째로 가장 많이 내다 팔았다. 지난해 말 대비 감소폭으로는 아일랜드(17.1%)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전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미 국채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달러 강세로 자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미 국채를 팔아 달러를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에서 미 국채의 만기를 상환 받거나 매도에 나서면서 미 국채 잔액이 줄었다.
실제 올 들어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초만해도 96선이었지만 지난달 말 112선으로 오르는 등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 들어 17.3%나 올랐다. 지난달 28일엔 장중 114.745까지 치솟으며 2002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미 국채 매수 여력을 줄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9월 무역수지는 37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지속했다. 원화 약세와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인해 미 국채 보유잔액을 축소해 온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 들어 20.3%나 하락했다.
미 국채 보유 1위 국가인 일본도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다. 8월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조8173억 엔(약 27조9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국도 사상 최대폭의 무역적자를 기록중이다. 영국은 정부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직후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다. 열흘 만에 이를 다시 철회하면서 다시 상승중 이지만, 파운드화 약세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주요국들이 미국채 보유 잔액을 줄이고 있는 것은 통화 약세와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무역수지 적자와 통화가치 약세는 미국 국채 매수 여력이 축소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영국, 일본 등의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 때문이다.
반면 에너지 수출국으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는 노르웨이(+142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26억 달러), 쿠웨이트(+31억 달러) 등의 미 채권 보유액은 늘어났다. 다만, 이들 국가들의 미 국채 보유잔액은 전체 해외 보유액의 4%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각국이 외환시장을 개입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유동성이 좋은 자산인 미 국채를 팔고 있다”며 “그동안은 미 연준이 국채를 매입해 왔지만 양적긴축(QT)으로 인해 사줄만 한 주체는 없어지고, 파는 주체만 있다보니 미 국채 금리를 더 끌어 올리고 있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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