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쪽팔리면 좀 어떤가? 빗썸 이정훈 전 이사회 의장은 6일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 법정에서 이정훈 전 의장은 건강해 보였다. 국회 정무위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는 “심한 우울증으로 외부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고 돼 있다.
이 전 의장은 6 명의 변호사와 함께 했다. 피고인 석 뒷 열에 앉아 검찰과 변호사의 공방을 듣고 있었다. 1년 넘게 끌고 있는 재판에 이 전 의장은 거의 꼬박 출석했다고 한다. 문제의 빗썸코인을 둘러싼 형사 재판이다. 자기 자신이 사법처리 될 수 있으니 열심일 수 밖에 없다.
이 전 의장은 국회 정무위의 증인 채택에 반발, 6일 금융위원회 국감 출석은 못하겠다고 버티는 중이다. 국감 증언은 빗썸이라는 회사를 대표해서 처리해야할 일이다.
개인의 일은 ‘아픈 몸’을 이끌고도 나오지만, 회사의 일은 ‘아프기 때문에’ 못하겠다?
법정에서는 변호사들이 이 전 의장을 변호해준다. 재판장이 물어보면 짧게 답하고, 나머지는 변호사들이 쉴드를 쳐준다. 국감에서는 이 전 의장이 직접 해명을 해야 한다. 의원들이 날카롭게 질문의 화살을 날리면 스스로 막아야 한다. 솔직히 쪽팔리고, 어색하고, 당황스럽다. ‘마음의 병’까지 있다니 이해가 간다. 피하고 싶다.
그래도 해야 한다. 빗썸이라는 회사를 위한다면, 오너로서, 경영자로서, 숨어서는 안된다.
이 전 의장이 국감에 나오게 된 사유는 한컴 아로와나 코인 상장 특혜와 가격 조작 의혹 때문이다. 2021년 4월에 일어난 일이니 세세한 것을 모를 수도 있다. 아로와나 의혹에는 당시 대표이사 허백영, COO 한성희, 상장 총책임자 실장 전준성의 이름이 나온다. 핵심 임직원들이다. 오너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임직원이 관여한 일을 보고 받지 않았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사 정말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국감장에는 나와야 한다. 허 대표, 전 실장을 데리고 와서, “자세한 사항은 실무진이 답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국회에 대한 예의다.
이 전 의장이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대규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 전 의장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으면, 의원들의 화살이 어디로 향할까.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국감이다. 빗썸은 가상자산사업자다. 금융위, FIU가 가상자산사업자를 관리한다.
이 전 의장이 회사를 위한다면 증언대에 서야하는 이유다.
국감 출석 전에 연루된 임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듣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게 하고, 국감장에서 “앞으로 잘 하겠다”고 하면 될 일이다. 개인 소송에만 힘을 쓰고, 국감에는 부하 직원들을 보내 막으라고 한다면, 그런 보스, 그런 오너에게 어떤 부하가 충성을 다하겠는가.
과거에 잘못한 일이 있다면 깔끔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빗썸코인만 해도 BK그룹 김병건 회장과 한 약속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형사 소송까지 온 것 아닌가.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인가.
한컴 아로와나 코인이라는 과거의 일을 매듭지지 않고, 부하들의 잘잘못을 정리하지 않고, 빗썸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국감만 피하면 된다? 국감 이후가 더 큰 문제다. 정무위가 의결로 증인 채택을 했다. 그걸 이 전 의장이 거부했다. 국회에 미운 털이 박혔다. 금융위와 FIU가 빗썸을 곱게 봐줄까.
불과 2년 전만 해도 빗썸은 업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투 톱 중 하나였다. 지금은 어떤가? 거래량이나 글로벌 전략 측면에서 빗썸은 한참 뒤진다.
이 전 의장 본인이 국감장에서 혼이 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빗썸이라는 조직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빗썸 고객, 빗썸 직원은 이 당황스러운 사태를 어떻게 볼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 전 의장이 빗썸을 떠나더라도 빗썸 고객과 직원은 남아야 하지 않나. 오너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보라. 쪽팔리지만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정상회담을 했다. 쪽팔리지만 기시다 일본 총리가 오라는 곳으로 가서 악수하고 사진 찍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해야 할 일은 해야한다.
이정훈 전 의장은 국감에 나와야 한다. 빗썸을 위해서라면 쪽팔린 것이 대수인가.
*참고로 ‘쪽팔리다’는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창피하다’의 속어이나, 비속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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