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원달러 환율 장중 1440원 돌파
#외환보유액 196억 달러 쓰고도 환율 급등 못 막아
#이창용 “이론적으로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 없어”
#이창용식 소통 방식도 질타 이어질 듯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7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날 국감에서는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 안정방안,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 상황, 추가 빅스텝 가능성,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와 이에 따른 외국인 자본유출 등에 대해 질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또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 등도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번 국감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전에 열리는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한미 내외 금리차를 좁혀 일부 환율 안정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서 지난 8월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주 12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 개월 동안 말씀드린 0.25%포인트 인상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전제 조건이었다”며 추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가장 큰 변화 전제조건은 주요국 특히 미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로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새 바뀌면서 4%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다음 금통위에서 전제 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가 ‘빅스텝’ 여부를 놓고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금통위 ‘블랙아웃’ 기간인 만큼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블랙아웃’ 기간은 일주일 전부터 금통위 위원들이 대외 메시지 전파를 하지 않는 기간으로, 이 기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통화정책 관련 공식 발언을 하지 않는게 원칙이다.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고는 있지만 1400원을 뚫은 원·달러 환율의 안정 방안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오르는 등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환율 안정을 위해 매도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196억6000만 달러나 줄었다. 외환보유액은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으로,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월평균 환율(1396.5원)로 환산하면 27조4000억원으로 경기도 한 해 예산과 맞먹고, 우리나라 복지예산의 3분의 1 수준이다.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환율 급등을 막지 못한데 따른 질타가 예상된다.
지난해 종료된 미 연준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방안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통화스와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원화 급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다. 이 총재는 그동안 유동성 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 만큼 이론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도 “통화스와프 체결에 대한 연준의 내부 기준이 있는데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때 논의하게 돼 있다”며 “전제 조건이 맞지 않는데 체결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통화스와프는 신용위험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스와프를 체결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 원화가 절하되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의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될 예정이다. 미 연준은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2.25~2.5%에서 3.0~3.2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한국(2.5%)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으로 0.75%포인트 역전됐다. 한미 금리 역전은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가 소비 감소,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는 만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대출과 카드사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말 대비 6조4000억원 증가한 186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 만큼 오르면 가계 전체 이자 부담 규모가 3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로 8월보다 소폭 꺾이긴 했지만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 문제도 주요 쟁점 중 하나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물가가 피크아웃(정점)을 찍었는지,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지도 관심 사항이다.
이 밖에도 이 총재의 의사소통 방식을 놓고도 질타가 예상된다. 미 연준의 긴축,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제 둔화, 러시아발 유로존 에너지 위기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이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이라는 명시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해 통화정책의 신뢰를 깨트리고 금융시장의 교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점진적 인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자 “0.25%포인트 인상은 전제조건 이었다”며 통화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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