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매입 하루 전 연금펀드들 BOE에 청산 위기 전해
27일 밤 재무부와 긴급 회동…다음날 국채 매입 합의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섰던 이유는 연기금이 국채 가격 하락으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기 때문이었다고 6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앞서 BOE는 지난달 28일 파운드화 급락으로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등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650억파운드(약 101조원) 상당의 국채 긴급 매입에 나섰다.
당시 주요 외신은 BOE가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은 국채 수익률 급등으로 연기금이 위험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 반대로 가격은 하락하는데, 연기금이 보유하고 있던 국채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연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영국의 연금펀드인 1조5000억파운드(약 2360조원) 규모의 부채연계투자(LDI) 펀드들이 위기에 내몰렸다. LDI펀드의 약 3분의 2는 장기 국채로 구성됐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다수의 LDI펀드들이 장기 국채 상당 부분을 청산해야 했다.
BOE의 존 컨리프 부총재는 하원 재무위원장인 멜 스트라이드 보수당 의원에게 국채 매입 선언 하루 전인 27일 저녁 서한을 보내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오전에 비해 0.67% 급등했고, 이에 LDI펀드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컨리프 부총재는 “영란은행은 많은 LDI펀드 매니저들로부터 현재 금리로는 대다수 펀드들의 자산가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 같다고 통보해왔다”며 “펀드들이 다음날 아침이면 청산 과정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LDI펀드에게 대출해 준 은행들이 담보로 보유한 대다수 국채가 대거 매도되고, 잠재적으로 매도가 다시 매도를 불러와 시장에 심각한 혼란과 나아가 광범위한 금융 불안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BOE는 27일 밤까지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개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 영국 재무부와 긴급 회동에 나섰다. 28일 오전 BOE와 재무부는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컨리프 부총재는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루 0.35% 이상 이틀 연속으로 상승하는 전례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4일간 30년 만기 국채 금리 인상 폭은 2000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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