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한컴 아로와나 코인이 빗썸에 상장되는 전 과정은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블록미디어는 아로와나 코인과 관련된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100여 개에 달하는 음성 녹취, 계약서, 비망록, 사진, 검찰 및 경찰 수사 기록, 이더스캔 자료 등이다.
해당 파일에는 한글과컴퓨터 그룹이 코인 프로젝트 ‘아로와나’를 시작한 계기, 한컴 그룹 내부의 다툼, 박진홍 등 ‘코인 브로커’ 사이의 알력도 기록돼 있다.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최초로 공개한 ‘아로와나 상장 특혜 증거’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록미디어는 해당 파일을 ‘빗썸-아로와나 X(엑스) 파일’로 명명하고, 사실 검증에 착수했다.
# 엑스 파일 주요 내용
엑스 파일에는 아로와나 코인이 상장되는 과정에서 빗썸 내부 임직원과 나눈 대화는 물론 코인 상장 후 가격 펌핑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지가 들어있다. 마켓 메이커(Market Maker) 선정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엑스 파일에는 빗썸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인맥’을 통해 코인 상장 특혜를 준 정황이 들어있다. 암호화폐 수탁, 지갑 업무를 전면에 내세운 블록체인 전문 기업도 MM 세력과 연관을 가지고 있었다.
엑스 파일에는 어떤 사람들이 MM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MM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수익은 어떻게 배분하는지도 들어있다.
# 독자들의 알 권리 우선…관련자 반론권 보장
블록미디어는 엑스 파일 전체를 집중 분석했다. 파일에 등장하는 관련자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진술 자체를 거부하거나, 파일에 언급된 내용을 부인한 경우도 있었다. 블록미디어는 반론권 보장을 위해 당사자들의 진술을 듣고, 타당성을 검토한 후 기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블록미디어는 ‘빗썸-아로와나 엑스 파일’이 우리 암호화폐 시장의 부끄러운 실체이나, 투명한 시장 발전을 위해 공개를 결정했다. 독자들의 알 권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엑스 파일의 첫 장은 한컴 아로와나가 빗썸의 상장 관련 임직원 뿐 아니라 상장심사위원, 자문위원까지 접촉하고, 이용하려 했다는 내용이다.
[빗썸-아로와나 X 파일] 상장심사위원 · 자문위원도 포섭했다
# “허백영 대표는 끝났어, 이 분이 실세야”
박진홍 전 엑스탁 대표는 아로와나 코인 상장 임무를 맡은 핵심 인물이다. 2021년 3월 박진홍은 한컴 내부 투쟁에서 최종 승리했다. 한글과컴퓨터 그룹 김상철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장 브로커’ 박진홍을 신뢰하지 않았다. 김 회장은 별도의 라인으로 빗썸이 아닌 다른 거래소 상장을 타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빗썸에 코인을 상장하는 것으로 결정이 된 후 박 전 대표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지난 번 본 상장위원회가 갑이야. 빗썸 대표는 짤렸어.”
박진홍은 빗썸 한성희 상무(COO)를 통해 알게 된 상장 책임자 전준성 실장과 이미 접촉을 시작한 상태였다. 박진홍은 한컴 내의 다른 팀을 따돌리고, 상장 업무를 독점하게 됐다. 박진홍은 자신의 강력한 빗썸 인맥을 자랑하기 위해 상장 심사의 키를 쥔 상장심사위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당시 빗썸 대표이사였던 허백영보다 해당 인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
한컴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박진홍이 얘기한 상장심사위원은 2020년 퇴임한 빗썸 임원 이 모씨였다. 블록미디어는 빗썸 측에 해당 인물이 당시 상장심사위원이었는지 확인을 요청했으나, 알려줄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빗썸은 상장심사위원 신분은 대외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진홍이 마련한 술자리에서 심사위원 이 씨를 만났다는 한컴의 또 다른 직원은 “당시 박진홍이 그를 빗썸의 실세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 허 대표의 반격?
허 대표보다 강하다는 이 모씨와 전준성 실장의 도움 등으로 한컴 아로와나는 무난하게 상장 절차를 밟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프로젝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상장 날짜도 일사천리로 받아냈다.
그러나 2021년 4월 13일 상장을 불과 이틀 앞두고 아로와나는 갑자기 상장 연기 통보를 받는다. 당황한 박진홍은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누가 이렇게 하는 거냐? 알려주면 무릎이라도 꿇겠다”고 말했다.
박진홍의 이 말은 지난 6일 민병덕 의원이 국감장에서 공개한 음성 파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박진홍은 상장을 틀어버린 인물로 허백영 대표를 지목했다. 자신이 끝났다고 했던 허 대표가 상장을 방해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 한컴위드 홍승필 대표의 돌발 행동
박진홍이 상장심사위원을 포함해 빗썸 인맥을 총동원해 상장에 매진할 때, 한컴 그룹 내부에서는 또 다른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로와나 코인을 실질적으로 발행하고, 운영할 한컴위드의 홍승필 대표가 독자적으로 빗썸 자문위원과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박진홍은 김상철 회장이 영입한 코인 전문가였지만, 끝임 없이 견제를 받았다. 이는 나중에 MM 팀을 선정할 때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박진홍이 김 회장으로부터 완전한 신임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홍 대표가 돌발 행동을 한 것.
홍 대표는 자신이 알고 있는 빗썸의 외부 자문위원을 만났고, 코인 상장을 유리하게 만들려 시도했다. 해당 자문위원이 빗썸 상장팀에 아로와나 코인을 상장하라고 모종의 압박을 가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블록미디어는 홍 대표가 끌어들인 외부 자문위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블록미디어는 홍 대표에게도 확인을 요청했으나, 홍 대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홍 대표의 이런 돌발 행동은 박진홍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박진홍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전 실장이 그 사람(자문위원) 만난 걸 알았나봐. 내가 전 실장하고 어제 통화했잖아. 완전히 정색하고 받더라. 전 실장이 나한테 그랬던 사람이 아니거든. 나 진짜 불안해 지금. (상장 잘못될까봐)”
전 실장 입장에서 자문위원까지 나서 아로와나 상장을 압박하는 것이 불편했다는 취지다.
한컴 아로와나 상장은 전준성 실장 등 빗썸 내부 임직원 뿐 아니라 구성원 자체가 극비인 상장심사위원, 외부 자문위원까지 전방위적인 포섭 작전의 결과물이었다. 빗썸은 ‘공식적으로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코인 상장 심사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빗썸-아로와나 엑스 파일’ 다음 장은 한컴 코인이 두 개의 백서를 가지고 있었고, 상장 계약서 자체도 두 개 버전이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의 MM 선정 과정도 다룬다. 아로와나 MM 선정에는 당초 두 개 팀이 물망에 올랐다. 그 중 하나는 놀랍게도 시중 은행과 합작해 암호화폐 수탁(커스터디) 회사를 만든 전문 기업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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