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0.25%p 인상은 전제조건”…빅스텝 시사
#5~6%대 물가 내년 1분기까지 지속
#”고물가 고착화 우려·환율 안정 방안”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막기 위해”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여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 유력시 되고 있다.
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12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고, 물가도 최근 상승세가 주춤하기는 하지만 5%대로 여전히 높아 고물가가 고착화 될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0.5%포인트 인상 의견이 높다. 금투협이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0일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89%는 0.5%포인트 인상을, 6%는 0.75%포인트 인상을, 5%는 0.25%포인트 인상을 전망했다.
5~6%대 고물가도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6% 오르며 두 달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4.1%), 4월(4.8%)에는 4%대에 이어 5월(5.4%) 5%대로 올라서더니 6월(6.0%), 7월(6.3%)에는 6%대로 치솟았다. 이후 8월(5.7%)에 5%대로 내려서며 7개월 만에 꺾인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오름폭이 더 축소됐다.
한은은 그러나 5~6%대의 고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화 약세도 ‘빅스텝’ 가능성을 뒷받침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42.2원까지 오르면서 1440원을 뚫었다.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한 달 간 원화 가치는 6.9% 하락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2011년 9월(10.43%) 이후 11년래 최대 하락폭 이다. ‘빅스텝’을 단행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좁혀져 자본유출을 막아 원화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더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빅스텝’을 뒷받침 하고 있다.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는 3.0~3.25%로 우리나라(연 2.5%)보다 0.75%포인트 높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은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단행하면 역전폭이 0.25%포인트로 좁혀지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폭은 다시 1.0%포인트로 확대된다. 과거 최대 역전폭은 1.5%포인트 였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11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등 연말 기준금리가 4.5%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금리가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또 자본유출로 인해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될 수 있고,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총재도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 개월 동안 말씀드린 0.25%포인트 인상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전제 조건이었다”며 추가 빅스텝을 시사했다.
그는 “가장 큰 변화 전제조건은 주요국 특히 미 연준의 최종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로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새 바뀌면서 4% 이상으로 상당폭 높아졌다는 점”이라며 “다음 금통위에서 전제 조건 변화가 국내 물가, 성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금리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올해 4월, 5월에 이어 7월, 8월, 10월까지 사상 처음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게 된다.
채권 시장도 한은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두고 있으며, 미국의 긴축 속도가 가팔라지는 것을 감안해 한은 역시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를 제한시키기 위해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한미 금리 역전폭이 1.5%포인트 였다는 점에서 이 보다 더 높은 스프레스(금리차)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은의 최종 금리 역시 최소 3.5%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빠른 금리인상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은 상황”이라며 “9월 미 FOMC 이후 한은 총재가 가정이 바뀌었다고 언급하면서 10월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해 온 만큼 다음주 빅스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연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0.75%포인트, 0.5%포인트 인상을 고수할 경우 한은도 이번달은 물론 11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다음달 0.25%포인트 인상으로 선회하더라도 내년 1분기 추가 2차례 더 인상해 최종 기준금리가 3.7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소수 있었다.
오석태 소시에테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반드시 금리차를 줄여 환율 상승을 억제한다고 볼 수 없다”며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에 성공한 호주 중앙은행을 한은도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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